D램 중심 투자 마무리 단계, 2020년 시설투자 감소 전망

메모리반도체 수급상황 예의주시…투자 로드맵 변동 가능성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공급과잉에 따른 '반도체 고점론'이 제기되면서 삼성전자의 시설투자에도 변화가 나타날 조짐이다. 업황 전망이 불확실해진 가운데 팹 증설이 지연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초격차를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이어온 삼성전자가 '신중 모드'에 돌입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 로드맵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초 내부적으로 내년 1분기 평택 3공장의 착공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 계획이 불투명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반도체 수급 상황을 지켜보면서 투자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 석방 직후 결의된 30조원 규모의 평택 2공장은 현재 기반 공사가 진행 중이다. 건물을 올릴 수 있도록 준비하는 단계로 2019년말 완공될 전망이다. 완공 후 공간 절반을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통한 D램 양산에 활용할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평택 2공장을 통한 구체적인 양산 시점과 제품에 대해 아직 밝히지 않고 있는 단계다. 시장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삼성전자는 평택 1공장 2층 동편 약 70% 공간을 D램 양산에 투자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최근 D램 생산 확대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평택 1공장의 D램 양산은 1년 전 증설투자 결정을 내릴 당시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려던 전략을 변경한 것이다. 시장 수요에 맞춰 페이스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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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에 건설 중인 2기 라인 역시 내년 3분기에 완공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시안 2기를 내년 1분기로 완공 시점을 앞당길 것을 내부적으로 고려했지만 본래 계획대로 2020년부터 제품 양산에 돌입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수요는 늘지 않는데 무조건 공격적으로 증설할 수는 없다"며 "공급량을 조절하는 게 아니라 공정 안착에 따른 수율 확보, 시장 수요 등 경영적 판단에 의해 시설투자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설비 증설 투자에 약 30조원을 투입한다. 하지만 2020년경 반도체 시설투자 규모는 24조원 가량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평택 2공장, 중국 시안 2공장이 가동을 시작함에 따라 D램 중심의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내년 D램 가격은 올해보다 15∼20%, 낸드플래시는 25∼30% 각각 하락할 전망이다. 메모리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며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선제투자 역시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시설투자는 시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정해진다"며 "올해 반도체 투자 계획이 제시됐지만 세부적인 투자 계획은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상황에 따라 시기, 규모, 금액은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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