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SMIC, EUV 노광장비 발주…이르면 내년 7나노 공정 돌입

삼성 vs TSMC 파운드리 속도전 가세, 첨단인프라 경쟁 본격화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과 대만 TSMC간 대결로 압축됐던 7나노 파운드리 속도전에 중국이 가세한다.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즈가 발을 뺀 7나노 EUV(극자외선) 공정에 중국 SMIC가 뛰어든다. EUV 노광장비에 의한 초미세화 경쟁이 양강구도에서 삼각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20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중국 SMIC가 올해 ASML로부터 EUV 노광장비를 발주했다. 양산형 모델인 'NXE3400'가 제작되기까지 1년6개월에서 2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 말이나 2020년 상반기에 장비를 수주할 것으로 보인다.

SMIC는 전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계 5위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5.4%를 기록하며 4위인 삼성전자(7.7%)를 뒤쫓고 있다. TSMC를 시작으로 SMIC가 7나노 경쟁에 뛰어들 경우 중화권 업체들이 파운드리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EUV 노광장비를 활용해 7나노로 이행하는데 중국과 우리나라간 큰 생태계 격차는 없다"고 말했다.

SMIC가 ASML의 EUV 노광장비로 7나노 공정을 이행하면 중국의 상당수 고객사가 TSMC, 삼성전자에서 이탈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스마트폰 최대 강자로 떠오른 중국 화웨이는 TSMC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다. 현재 TSMC는 7나노 공정에 불화아르곤(ArF) 장비를 사용한다.

화웨이의 자회사이자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인 하이실리콘의 AP(애플리케이션) 물량은 최근 TSMC의 7나노 공정 기반 전체 생산량 가운데 약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MIC가 덩치를 키우는 데 충분한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MIC는 또 퀄컴을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설계업체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2015년 SMIC는 퀄컴의 모바일 AP인 스냅드래곤 410을 28나노 공정으로 양산했다. 고도의 공정 기술을 요하는 AP 양산 측면에서도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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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장비 가격은 한 대당 1500억원 수준이다. EUV 장비는 기존 불화아르곤(ArF) 장비보다 파장이 짧은 광원을 사용해 보다 미세한 회로를 그린다. 회로 형성을 위한 공정수가 줄어 생산성이 향상된다. 반도체 기업이 10나노 이하대 미세공정을 실현하는 관문이다.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2위인 글로벌파운드리즈가 7나노 미세공정 전환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향후 미세공정 경쟁은 TSMC와 삼성, SMIC간 대결로 재편될 전망이다. SMIC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출신 양몽송(梁孟松) 전 부사장을 영입한 뒤부터 반도체 미세화 경쟁에 공격적인 전술을 펼치고 있다. 내년부터 14나노 핀펫 공정 생산을 시작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SMIC의 EUV 장비 발주를 시작으로 첨단인프라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UV 노광장비는 해마다 생산되는 대수가 한정돼있다. 내년 ASML이 생산 계획한 EUV 노광장비 대수는 30대, 2020년에는 40대 가량이다. 중국 국영 칭화유니그룹 산하의 YMTC와 파운드리 기업 화홍 반도체, 대만 UMC 등이 향후 EUV 장비 도입 잠재 고객사로 거론된다.

이에 발맞춰 ASML은 중국의 잠재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MIC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몰려있는 상하이 내 법인을 이용해 영업력을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ASML은 전체 중국 지역에 총 1개 법인(상하이), 12개 사무소를 두고 900여명의 직원이 상주한다.

ASML 관계자는 "'중국제조 2025' 전략과 함께 중국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지난 2분기 전체 매출의 19%가 중국에서 나온 만큼 앞으로 중국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ASML의 EUV 노광장비 NXE 시리즈. 사진=ASM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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