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디스플레이·이노텍 등 LG그룹 전자계열사 올해 주력사업 부진 심화 전망

사업다각화 부족에 대형고객사 매출 의존도 높아…정체기 진입 '내진 재설계 시급'

여의도에 위치한 LG전자 사옥. 사진=LG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LG그룹을 대표하던 전자계열사들이 경쟁력을 잃고 휘청거리고 있다. 하반기 주력사업의 반전을 기대했지만 상반기에 이어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신사업 가속화 및 고객사 다변화로 혹독한 체질개선에 나서야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 간판 계열사인 LG전자와 함께 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전자계열사가 주력사업 부진으로 시름하고 있다. 삼성이 일찍이 미래먹거리에 투자해 새로운 성장엔진을 확보한 것과 대조된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부 하락세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13분기 연속 적자행진은 내년까지 이어져 수렁에 완전히 갇힐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내년 MC사업부 적자는 3000억원 수준이다. 개선 흐름을 보이더라도 적어도 내년까지 19분기 연속 적자가 유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매출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2분기 실적 발표 전 증권가는 LG전자 MC사업부 올해 매출이 10조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현재 증권가는 올해 MC사업부 매출을 8조원 중후반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저가폰 다양화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업체가 입지를 강화하며 결국 마케팅 비용만 늘어나는 모습이다. 내달 'V40 씽큐(ThinQ)'를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우선 출시된 제품들로 인해 수요가 분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로 시장을 잡아먹는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LG전자는 가전 및 TV에서 높은 성장을 시현하고 있지만 MC사업부 부진, 전장사업의 명확한 경쟁력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LG디스플레이는 주력인 LCD(액정표시장치) 업황 부진으로 애를 먹고 있다. 중국 기업의 물량공세에 일찍이 대비하지 못한 탓이다. LG디스플레이 매출액에서 LCD 사업 비중은 약 90%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95%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에서 최근 애플의 제2공급사로 선택됐다. 하지만 공급 물량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애플 아이폰에 대한 소비자 호응이 사실상 끝물 조짐을 보임에 따라 LCD 부진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는 의문부호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의 총 매출(27조7902억원) 가운데 특수관계자와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5조4367억원)은 19.5% 수준이다.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내부거래를 통해 81%의 매출을 올린 것과 비교해 낮은 수치지만 대신 애플에 대한 의존도를 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일시적으로 흑자로 돌아선 뒤 4분기부터 다시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내년 2분기까지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예상되는 적자는 약 3000억원 규모다.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LG이노텍도 하반기 실적이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LG이노텍의 실적은 애플의 아이폰 흥행에 좌지우지되는 구조다. LG이노텍은 애플향 매출 비중이 50%를 넘는다. 애플은 카메라 모듈, 3D 센싱 모듈의 최대 고객사다.

애플이 매년 가을 플래그십 아이폰을 출시함에 따라 하반기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예년과 다를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애플이 소프트웨어 기술력으로 저사양 카메라 모듈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LG이노텍의 고사양 제품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LG그룹 전자계열사는 삼성과 비교해 고객사 다변화 및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부족한데다 신사업이 아직 힘을 받지 못하면서 정체기가 길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LG전자의 지분평가익과 연결기준으로 잡히는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이 저조할 경우 LG전자 또한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가 올해 4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다고 가정할 경우 LG전자의 올해 지분법 손실액은 1895억원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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