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적이던 게임 시장이 폐쇄적, 배타적 시장으로 상황 바뀌어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스마일게이트·펄어비스 등 '전전긍긍'
  • 사진=픽사베이
[데일리한국 황대영 기자] 글로벌 게임 산업의 빅마켓인 중국 게임 시장은 한국 게임 산업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과거 국내 PC온라인 게임 산업이 전파돼 형성된 중국 게임 시장은 이용자 성향부터 플랫폼까지 매우 비슷한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게임 업체들에게 중국 게임 시장은 매우 매력적인 곳이다. 단지 중국에서 매출만으로 연간 1조원을 넘긴 네오플부터 매년 수천억씩 영업이익을 기록 중인 스마일게이트까지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했다.

그러나 중국 게임 시장이 변하고 있다. 과거 중국 정부의 육성책과 함께 쭉쭉 성장가도를 달리던 중국 게임 시장은 규제가 하나, 둘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런 규제는 중국과 한국 게임 산업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으며, 개방적이던 중국 게임 시장이 폐쇄적, 배타적인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 18개월 째 중단된 韓 게임 판호 비준… 신규 게임 진입 장벽

  • 철조망에 갇힌 중국. 사진=픽사베이
국내 게임 업체들에게 중국 진출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판호다. 판호는 내자판호와 외자 판호로 구분돼 있고, 중국측 입장에서 해외산 게임인 국내 게임은 외자 판호를 비준 받아야 한다. 판호가 없으면 중국 현지에서 상업적인 서비스를 진행할 수 없다.

중국은 지난해 3월부터 한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 비준을 중단했다. 표면에 감춰진 이유는 한·중간 외교마찰을 불러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때문이지만, 중국 내부적으로는 문화육성책인 문창(文昌)과 콘텐츠 무역불균형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특히 올해 3월 출판물에 대한 감시가 기존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중앙선전부로 이관되면서 더욱 복잡, 엄격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선전부는 국무원 직속기구로 게임 판호와 관련된 업무를 산하의 부서로 이관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중국 내 출판 활동에 대한 '관리 강화'를 명문화했다.

18개월 이상 한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 비준이 중단되면서 중국 게임 시장은 폐쇄적, 배타적으로 변했다. 펍지주식회사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유료화 모델을 제거하고 출시했으며,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와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서비스 조차 진행하지 못했다.

판호 비준 중단은 한국산 게임의 신규 출시를 막아 한·중 콘텐츠 무역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이 같은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명문화된 한국산 콘텐츠 판호 비준 거부가 존재하지 않아 한국 정부의 공식 대응을 어렵도록 만들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싶어도 정황은 넘쳐흐르지만 명백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 中, 온라인 게임 '총량제'에 이어 모바일 게임 '실명제'까지

  • 텐센트가 발표한 왕자영요 실명제. 사진=왕자영요 홈페이지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 8월 31일 중국 교육부와 국가위건위, 국가체육총국, 재정부, 인사부, 국가시감총국, 국가신문출판서, 국가광전총국 등 8개 부처가 공동으로 온라인 게임 '총량제'를 주된 골자로 한 '아동청소년근시예방종합방안'을 발표했다.

비교적 한국에 비해 게임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느슨했지만 이번 방안 발표로 온라인 게임은 사실상 아동청소년의 시력을 앗아가는 '유해물질'로 분류됐다. 아동청소년의 시력보호를 위해 온라인 게임 총량 제한, 신규 온라인 게임 운영 숫자 통제, 적정연령등급 알림 시스템 마련, 미성년자 사용시간 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한국 게임 업체 중 넥슨과 스마일게이트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넥슨은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로 연간 1조원에 가까운 중국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스마일게이트는 온라인 게임 크로스파이어로 수년간 수조원에 달하는 원히트원더를 쌓았다. 이들 업체는 중국 정부의 규제를 피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또 중국 정부의 총량제는 포화상태에 이른 한국 게임 산업에 더욱 경쟁을 고도화하는 나비효과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자국 게임 산업까지 영향을 받는 규제 프레임을 세워 이용자 성향이 비슷한 한국 게임 시장에 중국 중·소 게임 업체들의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연이은 게임 규제에 따라 ICT 대기업인 텐센트까지 지난 6일 '실명제'라는 특단의 조치를 발표했다. 인기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한국 서비스명 펜타스톰)에 적용되는 실명제는 중국 공안 당국의 데이터베이스(DB)에 처음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실명제를 통해 기존 운영 중인 셧다운제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앞서 텐센트는 왕자영요에 지난해 7월부터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청소년 접속 금지, 2시간 이상 플레이 금지 등을 담은 셧다운제를 진행했다. 하지만 성인 계정을 통한 우회 접속과 결제로 인해 사회적인 문제가 끊이지 않았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서도 왕자영요가 '사회에 해로운 독'이라고 비판했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텐센트의 이번 실명제 발표는 중국 정부의 게임 산업에 대한 전체적인 칼날을 피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으로 보여진다"며 "현지 굴지의 대기업까지 중국 정부에 굴복한 모양새를 띠고 있는 마당에 한국 게임 업체들의 중국 진출 및 사업은 더욱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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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9/07 15:11:11 수정시간 : 2018/09/07 22: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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