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게임 상품, 선수금처리 하지 않고 매출로 인식

과거 임플란트 업계에서 비슷한 사안으로 논란 야기

실적 착시현상에 일반 투자자 손실 입을 가능성도 제기

현금과 계산기. 사진=픽사베이

[데일리한국 황대영 기자] 대한민국 게임 산업에 위기의 그림자가 점점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대한민국 게임 산업은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에서 비관세 장벽인 판호에 가로막히는 바람에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안방 시장은 점차 해외산 게임에 잠식돼 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런 와중에 모범을 보여야 할 일부 게임 업체들은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편법적 행태로 사용자들의 신뢰까지 잃어가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현재의 어려움을 딛고, 발전적 계기를 마련해주자는 취지에서 국내 게임사들의 현주소를 가감 없이 총체적으로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과거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대단히 낮았다. 청소년들에게 게임은 하나의 놀이 도구가 아닌 일탈의 도구로 인식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PC방 붐과 스타크래프트의 유행, 공중파로 진출한 게임은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점차 개선하는데 일조했다.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모바일 기기로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게임은 현대인들에게 여가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됐다. 덕분에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더욱 개선돼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게임업체들은 이같은 흐름을 도외시한 채 기성산업의 부조리한 상황을 답습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PC온라인 게임 결제 한도를 우회해 꼼수 매출을 올리며 회계처리에서도 일반 게임 아이템 판매 매출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실적 착시현상을 불러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오프라인 게임 상품의 문제점

1000만원 상당의 오프라인 상품을 구매한 리니지 이용자. 사진=리니지 공식홈페이지
오프라인 게임 상품은 게임 IP(지식재산권)을 이용해 소비자인 이용자들에게 온라인을 벗어나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부분의 상품은 실물 상품과 게임 아이템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이에 대해 실물 상품이 주요 구성물이고, 게임 아이템 쿠폰은 무료로 제공하는 사은품(보너스)일 뿐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즉 실물 상품이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게임 아이템은 실물 상품을 사면 무료로 주는 보너스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게임 이용자들에게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주요 구성물은 게임사의 설명과 반대로 무료로 제공되는 게임 아이템이고, 실물 상품은 사실상 버려지거나 중고장터에서 기껏해야 1000원 내외로 거래되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에 가까왔다. 더욱이 실물 상품조차 빈약한 펀플카드는 게임 아이템 쿠폰만 사용되고 캐릭터 일러스트가 그려진 실물 상품은 아예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구성물이 피규어가 아닌 게임 아이템 쿠폰임을 알 수 있다. 사진=리니지 공식홈페이지
현실세계에서는 게임업체의 설명과는 반대로 실물과 게임아이템의 관계가 역전돼 있었다. 오프라인 게임 상품을 판매한 게임업체들은 자신들이 설명과 정반대로 쓰일 것을 뻔히 알면서도 PC온라인 게임 결제한도 초과 시 정부부처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눈속임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적인 PC온라인 게임 결제한도는 월간 성인 50만원, 청소년 7만원으로 규정돼 있다. 오프라인 게임 상품을 판매한 업체들은 게임 아이템을 주요 구성물로 판매함에도 불구하고 결제한도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때문에 수억원대 결제를 진행해도 게임 아이템 판매가 아니기 때문에 월 결제한도 제한에 걸리지 않았다.

한 리니지 이용자가 구매한 3000만원 상당의 펀플카드. 이 이용자는 주요 구성물인 일러스트카드를 모두 버리고, 아이템 쿠폰만 장당 51000원에 재판매했다. 사진=리니지 공식홈페이지
실제 국내 상장사인 엔씨소프트, 한빛소프트, 액토즈소프트, 플레이위드 등 모두 오프라인 게임 상품은 결제 한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또 외국계 기업인 블리자드코리아 역시 오버워치에서 월 결제한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상품이 판매됐다고 시인했다. 여기에 국내 비상장사 스마일게이트도 소울워커로 포함됐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결제한도를 벗어나는 오프라인 게임 상품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했다"며 "사후관리팀에서 모니터링 후 명백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자율규제 준수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오프라인 게임 상품을 통한 '실적 착시현상'

1000만원 상당 리니지 마법인형 피규어 게임 아이템 쿠폰. 사진=리니지 공식홈페이지
이런 오프라인 게임 상품은 회계 처리에 있어서 일반적인 게임 아이템 판매와 다르게 적용된다. 게임업체의 아이템 매출은 이용자가 결제할 때 바로 수익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금(부채)로 계산된다. 기간제 아이템, 소모성 아이템, 영구제 아이템 등에 따라 평균 사용 기간을 회사 측에서 판단해 분할해 매출로 인식한다.

하지만 오프라인 게임 상품은 생산 또는 보너스 쿠폰 코드 입력 시 바로 매출로 인식한다. 즉 소비자인 게임 이용자가 구매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매출로 인식되는 것이다. 또한 쿠폰 입력 시 매출로 잡히는 경우는 즉시 매출로 잡히기 때문에 기존 아이템 판매와 차이가 있다. 이는 게임 아이템이 주요 구성물인 것을 게임사와 게임 이용자 모두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6년 4분기 PC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만 1184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며, 전분기, 전년동기대비 각각 41%, 42% 증가한 수치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게임 내 대규모 업데이트 및 2017년 1분기 드래곤 보물상자 프로모션 매출의 선인식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2016년 4분기 호실적에는 1분기 판매할 드래곤의 보물상자 프로모션 선매출 뿐 아니라 커츠의 휘장 패키지, 보호 주문서 패키지, 오림 패키지, 에바의 문장 패키지 등 오프라인 상품 판매가 다수 존재했다. 그리고 1분기 판매할 드래곤의 보물상자 프로모션은 실제 2분기까지 판매됐다.

여기에서 문제는 오프라인 게임 상품을 통한 매출 처리 방식이 기존 아이템 판매와는 다르고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설명이 존재하지 않아 실적이 부풀려서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당연히 투자자들 입장은 다음 분기에 더욱 나은 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하기 마련이다.

엔씨소프트 PC온라인 게임 리니지 2016년 4Q~2017년 2Q 매출. 표=황대영 기자
그러나 실제 엔씨소프트의 2017년도 1분기, 2분기 리니지 매출은 급감했다. 특히 2017년 2분기 리니지 매출은 2016년 4분기 대비 26%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오프라인 게임 상품 매출 반영이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반적인 게임 아이템은 판매 직후 부채(선수금)으로 잡은 후 이용자의 평균 사용기간에 맞춰 업체가 나누어 매출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게임 오프라인 상품은 선매출로 곧바로 실적에 반영됐다. 이런 구조는 과거 임플란트 업계에서 일어난 회계처리 논란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 업계 1위인 오스템임플란트는 2위인 덴티움의 선수금을 놓고 회계처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특히 오프라인 게임 상품이 일반적인 게임 아이템 판매로 분류될 경우, 게임업체들의 재무제표에 표기된 상품매출은 모두 일반적인 매출로 변경돼 실적이 현재와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된다.

이 같은 엔씨소프트와 동일한 구조로 오프라인 게임 상품을 판매한 업체는 한빛소프트다. 한빛소프트 역시 PC온라인 게임 오디션 오프라인 상품을 판매하면서 선매출로 인식해왔다. 액토즈소프트, 플레이위드, 스마일게이트는 코드 등록 시 매출로 인식했으며, 블리자드코리아측은 이에 대해 밝히기를 거부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부 게임업체들의 오프라인 게임 상품 판매는 실적에 대한 착시현상이 발생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힐 우려가 있다"면서 "게임업체는 회계 기준과 투명한 회계를 위해 오프라인 게임 상품에 판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20일 "오프라인 게임 상품의 판매와 회계 처리 방식이 2016년 3분기부터 변경돼 판매 시점에 매출로 인식된다"며 "2016년 실적발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거래구조의 변경으로 인한 매출 증가 효과 및 2017년 1분기 실적 하락 예상을 설명했다"고 반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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