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YMTC, 신기술 '엑스태킹' 세부내용 밝혀…낸드 생산·기술력 진보 야심

삼성전자 반도체기술 벤치마킹 기술시차 좁혀…정부, 기술·인력보호 나서야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중국 반도체 기업이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에까지 손을 뻗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가시권 범위로 추격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낸드플래시 기업인 YMTC(양쯔강메모리테크놀로지컴퍼니)는 올 하반기 32단 3D 낸드플래시 시제품 양산에 돌입한 뒤 내년 48단·64단 고급 제품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신기술로 제품 개발시간 단축·생산원가 절감을 시도하는 등 다방면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14일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6~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플래시메모리서밋에서 YMTC가 키노트 이후 '엑스태킹(Xtacking)' 기술에 대해 상세한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엑스태킹은 YMTC가 개발한 독자적인 3D 낸드플래시 양산 기술이다. 메모리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어레이와 데이터 이동을 제어하는 로직 회로로 구성된다. YMTC의 발표에 따르면, 엑스태킹은 로직 회로를 메모리 어레이 하단에 배치하는 3D 공정 기술로서 낸드플래시 용량 밀도를 높이고 입출력 속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YMTC는 제조공정의 변화로 낸드플래시 가격경쟁력 향상 뿐 아니라 제품개발 시간의 최소 90일 단축, 양산주기는 20% 줄어든다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주장했다. 또 자사 낸드플래시 제품 고객사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엑스태킹 적용 칩이 유니버설플래시스토리지(UFS), 엔터프라이즈 SSD 등에 적용돼 PC·스마트폰·데이터센터 등 다방면에 활용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YMTC는 중국 국영기업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로 보조금, 세제 혜택 등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기업이다. 지난 2016년 후베이성 우한(武漢)에 낸드플래시 공장 착공에 들어가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오는 10월 3D 낸드플래시 시제품(32단)을 양산한 뒤 2019년 64단, 2020년 96단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적층 단수와 단순 비교할 경우 기술 격차는 3년 정도 벌어져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5세대(92단 이상) 3D 낸드플래시의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72단 낸드플래시 양산 가속화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으로 연내 96단 제품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일각에서는 YMTC가 기술 시차를 좁히는 원인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도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YMTC가 삼성전자와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것에 대해 보도했다. NYT는 스탠퍼드 번스타인의 마크 뉴먼 애널리스트가 이에 대해 "이는 사실상 기술을 베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YMTC에는 국내 반도체 기업 출신 인물도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인력이 이동했다는 것은 곧 기술이 이동했다는 의미"라며 "D램보다는 낸드플래시가 기술 추격이 쉽다. 연구개발은 기업에 맡기돼 원천기술 보호와 인력양성은 정부에서 지원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연합뉴스

포브스는 YMTC가 키노트 이후 자리에서 엑스태킹 기술을 100mm 웨이퍼에 성공적으로 적용했지만 300mm 웨이퍼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메모리 어레이와 로직회로를 각각의 웨이퍼에서 제조한 후 2개의 웨이퍼를 상하단으로 붙이는 방식에 대해 수율 저하 등 우려사항을 인정하면서도 성공에 자신감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올해 초부터 YMTC의 낸드플래시 수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력이 입증된다면 고객사 다변화 측면에서 YMTC의 제품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계약이 성사될 경우 YMTC는 중국 기업 중 최초로 애플에 낸드플래시를 제공하는 기업이 된다.

이후 생산량·기술 수준이 향상되면 가격 덤핑에 나서면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 도시바, SK하이닉스 중심의 낸드플래시 업계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도체 연구개발(R&D) 신규 예산은 2014년 189억원, 2015년 129억원, 2016년 0원, 지난해 98억원에 그쳤다. 전체 수출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한해 17.1%에서 올해(1~7월) 20.5%로 커졌지만 정작 정부는 반도체가 대기업 사업이라는 이유로 투자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기현 상무는 "우리나라 기업과 중국이 낸드플래시 기술력에서 3~4년 격차가 난다면 국내 기업 전략은 격차 유지가 아니라 격차를 지금보다 벌리는 것"이라며 "중국이 무서운 것은 인력을 양성해내는 속도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기술·인력유출을 막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 상무는 이어 "정부가 반도체산업 성장의 동기를 떨어뜨리면 기술인력들로 하여금 중국기업으로 이직할 빌미를 제공해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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