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ICT > ICT·과학
  • [룰 벗어난 게임업계 ③] 게임 과소비, 결제 한도 회피 '꼼수'에 '끼워팔기' 수두룩
  • 기자황대영 기자 hdy17@hankooki.com 승인시간승인 2018.08.09 08:45
엔씨소프트·블리자드 등 수년간 PC온라인 게임 우회결제로 규정 무시
액토즈소프트·한빛소프트 등도 아이템 '끼워팔기'로 결제 한도 초과
공정위 "위반혐의 판단땐 직권 조사 위반사항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 사진=픽사베이
[데일리한국 황대영 기자] 대한민국 게임 산업에 위기의 그림자가 점점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한 때 세계를 호령하던 대한민국 게임 산업은 최대 게임시장인 중국에서 비관세 장벽인 판호에 가로 막히는 바람에 갈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안방 시장은 점차 해외산 게임에 잠식돼 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런 와중에 모범을 보여야할 일부 게임 업체들은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편법적 행태로 사용자들의 신뢰까지 잃어가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현재의 어려움을 딛고, 발전적 계기를 마련해주자는 취지에서 국내 게임사들의 현주소를 가감없이 총체적으로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대한민국 PC온라인 게임 산업은 빠르게 증가하는 인터넷 보급률에 힘입어 2000년 초반 급격히 성장을 기록했다. TV에서 연일 등장한 초고속 인터넷 광고와 골목마다 쉽게 찾을 수 있었던 PC방은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문화여가 생활로 취급받으며 대한민국 게임 산업 성장의 고삐를 더욱 죄었다.

2003년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PC온라인 게임의 월 결제 한도를 30만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대한민국 PC온라인 게임 산업은 '결제 한도'가 족쇄처럼 채워졌고, 2009년 성인 50만원, 청소년 7만원으로 변경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런 결제 한도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등급분류를 받을 당시에 기준이 되기 때문에 게임사 임의로 변경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게임사에서 임의적으로 기준 금액을 넘어서는 월 결제 한도를 제공하면 고발조치와 함께 지방 자치단체에서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행정처분에는 영업정지와 같은 게임 서비스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부분도 있어, 대부분의 게임업체들은 관련한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 관행처럼 지속된 게임사들의 결제 한도 우회 '꼼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온라인 게임 심의에 적용하는 월 결제 한도는 50만원이다. 고스톱·포커와 같은 고포류 게임은 30만원, 배팅 금액 제한 등 보다 보수적으로 책정됐다.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행정처분을 받기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사들은 규정을 준수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일부 게임사들은 이 같은 결제 한도를 회피하는 '꼼수'로 법망을 빠져나간다. 게임사는 이용자에게 서비스 게임의 결제 페이지를 이용하지 않고 타사의 결제 수단을 거쳐 게임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게 길을 열어뒀다.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게임사는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4년 9월 말부터 PC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 유료 아이템 '드래곤의 다이아몬드 상자'를 한시적으로 판매했다. 이때 엔씨소프트는 SK플래닛의 'OK캐쉬백 포인트'와 연동해 결제 한도를 무제한으로 풀었다.

  • 엔씨소프트의 PC온라인 게임 리니지에 1개월간 1억3000만원 결제를 진행한 이용자. PC온라인 게임은 성인에게 월간 50만원 결제 한도가 있다. 사진=리니지 공식홈페이지
결제 구조는 OK캐쉬백에서 '드래곤의 다이아몬드 상자'를 OK캐쉬백 포인트로 구매하면 상품코드가 발행되고 그 코드를 리니지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게임 아이템이 지급됐다. 여기서 타인이 결제를 진행하더라도 코드를 넘겨받아 홈페이지에서 입력하면 한도를 초과하더라도 구매가 진행됐다.

실제 일부 리니지 이용자들은 PC온라인 게임의 월 결제 한도 50만원을 훨씬 초과하는 수억원대 결제를 진행했으며, 엔씨소프트는 2014년 4분기 리니지에서만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인 967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29.4%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PC온라인 게임의 결제 한도를 우회하는 통로로는 펀플스토어가 주로 활용되고 있다. 펀플스토어는 PC방 오프라인 상품인 펀플카드를 오프라인으로 판매하며, 펀플카드는 게임 일러스트 카드와 함께 PC온라인 게임 아이템 쿠폰으로 구성된 상품이다. 여기서 이용자에게 게임 아이템 쿠폰만 사용되고 종이 조각에 불과한 일러스트 카드는 버려진다.

엔씨소프트는 데일리한국에 "펀플카드와 마법인형 피규어는 한정 수량으로 일정 기간만 판매한 상품"이라며 "카드 및 피규어와 함께 제공한 아이템은 보너스 상품으로 무료로 제공했다"는 입장을 알려왔다.

  •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오버워치 펀플카드. 사진=펀플스토어 캡처
하지만 현재 판매 중인 펀플카드인 오버워치 전리품상자(랜덤박스)만 보더라도 구매 제한이 없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오버워치는 12세이용가, 15세이용가 등 청소년도 이용할 수 있는 PC온라인 게임이다. 가장 보수적으로 책정되는 청소년 월 결제 한도는 7만원인데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블리자드코리아 임상진 팀장은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해당 상품에 대한 결제 한도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다만 임 팀장은 "전리품 상자 펀플카드는 과거 버전의 전리품 상자라서 거의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업적인 측면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게임위에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등급분류와 다른 내용으로 운영되는 점이 확인되면 게임사에 이행 촉구를 진행할 계획이다"며 "자율규제 협단체와 게임위가 맺은 심의 약속이어서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범람하는 오프라인 게임 상품 판매…'끼워팔기' 정부 규제도 미비

  • 사실상 보너스 아이템이 주요 상품인 펀플카드. 사진=펀플스토어 캡처
오프라인 게임 상품 판매에서 게임사들은 해당 금액에 맞는 실물 상품을 제공하고, 게임 아이템 쿠폰은 보너스 사은품으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별개의 2개 상품이 포함된 전형적인 '끼워팔기'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6년 '리니지 마법인형 피규어'를 세 차례에 걸쳐 60만개 이상 판매고를 올린 바 있다. 리니지 마법인형 피규어는 리니지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제작한 소형 피규어와 함께 게임 내 아이템 쿠폰을 함께 넣어 1개당 1만5000원에 판매했다. 구매 개수 제한이 없어 1인당 수백만원치 결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해당 상품의 문제는 정부가 제재하는 '끼워팔기' 구조를 띄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품은 게임 아이템 판매가 주요 목적이지만, 실효성이 없는 일러스트 카드 및 피규어로 눈속임을 거쳐 판매되고 있다. 실제 리니지 마법인형 피규어는 이용자들에게 월 결제 한도를 초과하면서 게임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통로로 활용됐다.

특히 엔씨소프트가 펀플카드로 판매한 드래곤의 다이아몬드 상자는 더욱 기가 막힌다. 시중에서 불과 몇 천원에 구매할 수 있는 트럼프 카드가 게임 일러스트와 함께 쿠폰이 더해지면서 10만원에 판매됐다. 엄청난 폭리가 어떻게 가능한지 게임당국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격과 지급 아이템은 엔씨소프트가 홈페이지에서 판매한 구성과 거의 비슷하게 맞춰졌다.

  • 월 결제 한도 50만원(성인), 7만원(청소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사들은 펀플카드로 무제한 결제 방법을 열어뒀다. 사진=펀플스토어 캡처
비단 '끼워팔기'를 진행하는 오프라인 게임 상품은 엔씨소프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게임사의 게임 아이템도 펀플카드를 통해 제동장치 없이 결제 한도를 초과할 수 있었다. 액토즈소프트의 라테일, 한빛소프트의 오디션, 준인터의 겟엠프드, 플레위드의 로한 오리진 등 모두 별도의 구매 제한이 존재하지 않았다.

또 인기 모바일 게임이 판매하는 오프라인 상품은 30%에 달하는 글로벌 오픈 마켓 수수료를 피해가려는 게임사의 또다른 '끼워팔기'로 활용되고 있다. 각종 일러스트 및 오프라인 상품과 함께 지급되는 게임 아이템 쿠폰은 오픈 마켓에 별도의 판매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게임업계의 끼워팔기 관행에 대해 위반혐의가 명백히 판단되면 직권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게임사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과징금의 범위는 위반 정도가 중하거나 사안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기자소개 황대영 기자 다른기사보기
데일리한국 뉴스스탠드
본 기사의 저작권은 한국미디어네트워크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력시간 : 2018/08/09 08:45:08 수정시간 : 2018/08/09 08:45:08
AD

오늘의 핫 이슈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