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게임업계 근로시간 단축

포괄임금제 폐지 게임업체 웹젠·펄어비스 2곳 불과

게임 빅3, 매출액 대비 종업원 급여 비중 평균 19.2%

고민하는 근로자. 사진=픽사베이

[데일리한국 황대영 기자] 대한민국 게임 산업에 위기의 그림자가 점점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한 때 세계를 호령하던 대한민국 게임 산업은 최대 게임시장인 중국에서 비관세 장벽인 판호에 가로 막히는 바람에 갈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안방 시장은 점차 해외산 게임에 잠식돼 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런 와중에 모범을 보여야할 일부 게임 업체들은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편법적 행태로 사용자들의 신뢰까지 잃어가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현재의 어려움을 딛고, 발전적 계기를 마련해주자는 취지에서 국내 게임사들의 현주소를 가감없이 총체적으로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게임업계는 지난해 종사자의 잇단 과로사가 발생하면서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사회적 질타를 받았다. 밤에도 건물에 불이 꺼지지 않는다고 해 '등대'라는 오명까지 덮어쓰며 ICT 산업 내 대표적인 과로 업종으로 인식됐다.

지난 7월 1일부터 정부는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제를 시행했다. 하루 최대 8시간에 휴일근무를 포함한 연장근로를 총 12시간까지만 법적으로 허용된다.

게임 산업은 제조업처럼 원료를 넣고 제품을 찍어내며 업무량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단지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해 기획, 테스트, 디자인, 사업성, 폴리싱까지 더해져 구성원 다수가 만들어내는 유기적인 창의 산업에 더욱 가깝다.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과 함께 게임업계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외치며 근로시간을 주간 40시간 내외로 낮춘 근무 제도를 앞다투어 도입했다. 하지만 포괄임금제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사실상 알맹이 빠진 근무 환경 개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게임업계, 포괄임금제 폐지 기업 2곳에 불과

울상인 근로자를 표현한 레고. 사진=픽사베이
포괄임금제는 연장 또는 야간근로 등 시간외근로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 지급하는 임금제도다. 즉 직장인이 받는 연봉에 이미 연장, 야간근로 수당이 포함돼 있어, 추가적인 근로에도 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게임업계에서 이런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곳은 펄어비스와 웹젠 2곳 뿐이다. 대부분의 게임업체는 인건비 증가 및 개인 근무 지표에 대한 명확한 측정이 어려워 포괄임금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함께 게임업계 대부분은 주당 근로시간을 40시간 내외로 규정하고 적용 중이다. 때문에 평일 5일간 평균 8시간 내외의 근로시간이 발생하며, 연장근로는 주간 12시간 내외로 허용해 주 52시간 근무제에 발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 특성상 게임 출시 임박 및 서비스 장애와 같은 긴급한 상황 발생 시 연장근무가 필연적으로 동반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때 포괄임금제로 인해 해당 근로에 대한 수당을 받지 못하게 된다. 주당 52시간 근로를 지속하더라도 각 업체가 지정한 기본 근로시간인 40시간 내외와 수당은 동일하게 지급된다.

이 때문에 일부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포괄임금제 폐지를 주장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야근을 하더라도 수당이나 보상이 없으니 굳이 연장 근로를 하지 않고 정시 퇴근하는 풍조가 생겼다. 하지만 개발팀 내 의욕부터 업무 진척도가 전에 비해 상당히 느려졌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런 포괄임금제는 게임업계 대부분이 적용 중이다. 폐지한 곳은 펄어비스·웹젠 두 곳에 불과했다. 지난 7월 1일부터 웹젠은 기본 근로시간 이외에 주 52시간 이내에 진행한 연장근로에 대해 수당 혹은 휴무로 보상한다. 2017년 초에 도입한 펄어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전문가 논의를 거쳐 포괄임금제에 대한 제도 개선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전체 산업에 대한 포괄임금제 전면 폐지는 어렵지만, 특수한 직종에 제한하는 쪽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 게임업계 빅3 업체, 매출 대비 종업원급여 비중 평균 19.2%

2017 게임업계 빅3 매출액, 종업원급여. 표=황대영 기자
포괄임금제 폐지에 난색을 표한 게임업체들은 대부분 비용 증가를 이유로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종업원비용 증가로 전체적인 영업비용이 증가하고 영업이익 저하로 경영난에 휩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해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게임업계 빅3 업체가 종업원급여로 지급한 금액은 영업비용 대비 28.5% 수준이다. 여기에서 각 업체마다 개발, 퍼블리싱 집중도에 따라 비율은 차이를 나타냈다. 엔씨소프트는 영업비용의 절반에 육박하는 종업원급여를 지급했고, 넥슨은 3분의 1, 넷마블은 6분의 1에 그쳤다.

2017년 엔씨소프트는 연결기준 영업비용으로 1조1737억원을 사용했다. 이 중 종업원급여는 5200억원으로 44.3%를 차지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종업원급여에는 수익을 거의 올리지 못하는 자회사 및 게임과 관련없는 계열사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넥슨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비용 1조2891억원을 사용했다. 종업원급여는 4045억원으로 31.3%를 차지했다. 넷마블은 연결기준 영업비용 1조9150억원을 사용했고, 종업원급여는 3234억원(16.9%) 수준으로 확인됐다.

2017년도 매출을 기준으로 넷마블은 2조4248억원을 기록했으며, 넥슨 2조2987억원, 엔씨소프트 1조7587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게임업계 빅3 업체가 지난해 거둔 매출은 6조4822억원으로 국내 게임산업 규모의 56%를 차지했다.

빅3 업체의 매출 대비 종업원급여 비중은 평균 19.2%로 엔씨소프트 29.6%, 넥슨 17.6%, 넷마블 13.3%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6년 국내 500대 기업의 연간 급여총액은 총 94조2616억원으로 매출 1607조6518억원 대비 5.9%다.

게임업계는 사실상 원재료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아 영업이익률이 전체 산업 대비 높게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업계 빅3 업체는 전통 제조업인 완성차 3사의 매출 대비 급여 비중 13.0%보다 6% 많은 수준에 불과했다. 때문에 게임업계의 포괄임금제 유지에 대한 설득력이 더욱 떨어진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함께 게임업계의 포괄임금제 유지는 업계 전반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연근무제와 탄력근무제 등을 결합해 근로자의 추가적인 근무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