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천에 신규 팹 설립 EUV 공간 조성…10나노급 D램에 적용

삼성전자, 내년 EUV로 AP에 7나노 공정 적용…반도체업계 인프라 경쟁 ‘속도’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로 반도체 초격차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부터 EUV로 제품 양산을 시작해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10나노대 이하 반도체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업계 첨단인프라 경쟁에도 불이 붙을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이어 EUV 공정 도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경기도 이천에 신규 공장을 건설해 EUV 노광장비 전용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존 공장보다 투자액을 늘린 3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초반대 D램 제조부터 EUV 장비를 활용할 방침이다. 2020년경부터 EUV를 본격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UV 노광장비는 미세한 파장을 광원으로 사용해 초미세회로를 한 번에 그려넣을 수 있는 장비다. 자외선(UV)과 X-선의 중간 영역에 있는 13.5나노미터의 빛 파장을 활용, 한 자릿수 나노 단위까지 미세화를 실현하는 대안이다.

SK하이닉스는 2011년 일찍이 ASML의 EUV 테스트장비인 'NXE3100'을 이천 공장에 설치하면서 연구개발(R&D)을 진행해왔다. 근래까지 EUV 장비를 통한 D램 양산 시점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반전됐다. EUV 장비 해상력 및 가동률 진보와 함께 삼성전자·TSMC 등이 EUV 도입으로 미세공정 속도전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EUV 노광장비의 잠재적 구매업체다. 조만간 양산형 EUV 노광장비인 'NXE3400'를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컨퍼런스콜을 통해 "EUV 노광장비는 2019년 이후 1z(10나노대 초반) 공정부터 일부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UV 장비를 독점하는 ASML이 1년간 생산하는 EUV 장비의 수는 한정적이다. 통상 장비 제작에 18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생산 가능한 EUV 장비대수는 30대, 2020년에는 40대가 예상된다. NXE3400과 마스크 검사장비 등 주변 기술과의 호환, 장비 가동률을 확인하는 절차 등을 감안하면 제품 발주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한다.

ASML 관계자는 "7나노 미세공정이 대세가 됨에 따라 EUV 장비 도입은 앞으로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며 "장비의 해상력(解像力)도 꾸준히 진보하면서 고객사들이 장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ASML의 장비 수주는 대부분 삼성전자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전자는 화성 EUV 공장에 10대 이상의 EUV 노광 장비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의 EUV 노광 장비. 사진=ASML 제공

삼성전자는 EUV를 기반으로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를 양산한다. 7나노 공정으로 이르면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퀄컴의 5세대(5G) 이동통신용 AP '스냅드래곤855'를 생산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EUV가 D램에 적용되는 시점은 이보다 늦은 2020년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파운드리 1위 대만기업 TSMC와 달리 7나노 도입에 선제적으로 EUV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EUV는 1대당 2000억원에 달하는데다 최초로 도전하는 공정인 만큼 내부적으로 긴장감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EUV를 5나노 공정부터 도입한다. 공정기술을 우선 확보한 뒤 장비의 생산성·안전성이 향상되면 이를 적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전세계 파운드리 업계 2위인 글로벌파운드리 역시 내년부터 7나노 공정에서 EUV를 사용할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격차 유지를 위해 EUV 장비 도입에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EUV를 활용해 제품 양산수율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 지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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