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엑스포인트' 협업 내년 상반기 끝…높은 가격에 사업성 떨어져

시장은 3D낸드플래시 대세…한국 주도 메모리반도체 강세 지속될듯

사진=인텔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인텔-마이크론간 연합전선이 내년 2분기 종지부를 찍는다. '3D 엑스포인트' 기술협업을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한 뒤 각자도생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19일 양사에 따르면, 인텔과 마이크론은 5년간 이어온 기술협력을 내년 2세대 3D 엑스포인트(3D Xpoint) 개발을 끝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각사의 제품 및 비즈니스에 집중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세계 2위 반도체기업 인텔과 세계 메모리반도체 3위 마이크론의 결합이 끝남에 따라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미 시장이 3D낸드플래시 대세로 기움에 따라 고가의 3D 엑스포인트 메모리로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3D 엑스포인트는 전원이 끊겨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삼성전자와 도시바, SK하이닉스로 이뤄진 낸드플래시 상위 구조를 깨기 위해 양사는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인텔과 마이크론은 지난 2015년 3D 엑스포인트 메모리 기술을 발표하면서 낸드플래시 메모리칩보다 속도가 1000배 빠르며 D램에 비해 데이터를 약 10배 더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3D 엑스포인트는 시장에서 이렇다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모습이다. 3D 낸드플래시와 비교해 높은 가격 및 큰 퍼포먼스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시장조사기관 위키본은 이로 인해 3D 엑스포인트 기술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양사의 결별에 대해 두 회사의 사업방향성이 달랐음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인텔이 이 기술을 이용해 서버·워크스테이션향과 같은 고부가가치 완성품 제조를 꾀했다면 마이크론은 칩 공급사로서의 역할에 주안을 뒀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이에 따라 인텔은 3D 엑스포인트 기술로 옵테인이라는 브랜드를 내놓았지만 마이크론은 아직 정식 론칭한 브랜드가 없는 상태다.

특히 3D 엑스포인트의 낮은 상용화로 마이크론은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3D 엑스포인트 칩을 양산하는 미국 유타주 레이(Lehi)에 위치한 팹 가동률이 낮아 막대한 자금이 낭비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5세대 3차원 낸드 플래시 반도체.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에 따라 마이크론이 3D 낸드플래시에 대한 기술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공정 미세화 등으로 인해 생산성과 성능 향상을 앞두고 있다. 마이크론은 현재 웨스턴디지털에 이은 낸드플래시 세계 점유율 4위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낸드플래시는 데이터센터·서버용 등 고가가치제품을 양산하는 것이 이익을 내는 핵심"이라며 "마이크론이 체질개선을 통해 낸드플래시 생산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양사의 결별로 인텔이 IM플래시테크놀로지스의 마이크론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도 거론된다.인텔과 마이크론은 IM플래시라는 합작기업을 통해 3D 엑스포인트를 양산한다. 이 회사의 지분은 마이크론과 인텔이 각각 51%와 49%씩 보유하고 있다. 인텔은 서버 및 워크스테이션향 옵테인 공급을 늘려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3D 엑스포인트가 D램·낸드 기술을 대체하지 못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심의 메모리반도체 시장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5세대 3차원(3D) V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본격 양산하면서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안까지 72단 3D 낸드플래시 생산 비중을 5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양사는 이를 통해 고부가가치 낸드플래시 제품군 영향력을 키우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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