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글로벌 TV시장 주도권 강화 속 번인 논란, 삼성전자 '역마케팅'
일반 사용자환경에서도 하자 발견, 제품 수명단축 우려 현실로 나타나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LG전자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가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가는 가운데 이면에서는 '번인'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올해 LG전자는 OLED TV 비중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어서 결함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논란이 가열될 소지가 적지 않다.
번인(Burn-in)이란 고정된 화면을 장시간 켜놓거나 동일한 이미지가 반복될 경우 해당 이미지가 화면에 사라지지 않고 남는 현상을 말한다. OLED 패널에서 주로 나타나며 RGB 소자 중 B(청색) 소자 수명이 짧아 발생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OLED TV 매출을 전체 TV 사업에서 50%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OLED TV 출하량을 늘리며 대화면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LG전자의 OLED TV 매출 비중은 2016년 25% 수준에서 지난해 35%로 확대됐다. 2020년에는 OLED TV 출하량 500만대를 돌파, 전세계 프리미엄TV 시장을 석권한다는 목표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LG전자 OLED TV는 출시 후부터 현재까지 OLED 패널에 의한 문제점들을 노출시키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러시아에서 발생한 소니의 OLED TV 반품 사례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잡음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니는 LG전자와 동일하게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전량 공급받는다.
지난 5월 LG전자는 인천공항 내 OLED TV 30대를 LCD로 교체했다. 인천공항에서 삼성전자는 QLED(퀀텀닷 발광다이오드) TV, LG전자는 OLED TV를 앞세워 화질 경쟁에 나섰지만 4개월 만에 번인현상이 발생해 제품을 자진 철수하는 수모를 겪었다.
같은달 미국에서 열린 'SID 디스플레이 위크 2018' 행사에서도 번인현상이 발생했던 것으로 최근 뒤늦게 전해졌다. 미국 지디넷에 따르면, LG전자의 65인치 2017년형 OLED TV는 행사 이틀 만에 번인 현상이 나타났다. 지디넷은 행사에서 제품을 하루 8시간 켜두었지만 이틀째 되는 날 디스플레이 우측 상단부에 번인현상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LG전자는 일상적인 TV 시청환경에서 번인현상은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일반 소비자들의 피해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LG LED TV 피해자 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는 LG LED TV의 제품 결함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였지만 LG OLED TV의 결함도 발견되고 있다는 내용이 올라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제품 수명 단축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LG OLED TV의 한 이용자는 "퇴근하고 몇 시간, 주말 오후 잠깐 TV 시청을 했지만 제품 구매 후 3년 뒤 패널이 잔상으로 인해 누렇게 얼룩이 생겼다"며 "뭐가 묻었나 보니 방송사 로고들이 겹쳐서 잔상이 생겨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OLED TV의 문제는 청색 소자의 수명이 다 돼 발생하는 번인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청색 소자의 수명 연장을 통해 번인현상의 가능성을 낮추는 노력은 산학연이 모두 진행 중"이라며 "OLED 번인현상은 이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의 유무 문제가 아니라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기술 수준을 과연 구현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QLED TV를 앞세워 LG전자의 번인 논란을 역이용하는 모습이다. QLED TV 번인 10년 무상보증 프로모션, 번인·잔상 프리 입증 등 QLED 기술이 번인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홍보하고 나섰다는 얘기다. 무기물인 퀀텀닷을 발광소자로 사용해 유기물을 이용한 OLED와 달리 시간이 지나도 색감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LG전자 OLED TV에 대한 비방 마케팅을 지난해까지 유지해오다 중단했다.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 제품에서 번인 문제가 지적되면서 비방 마케팅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지난해 1월 국내 OLED TV 판매량은 5000대 수준에서 올해 1월 1만4000대를 돌파하면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CD 주도권을 잡자 LG디스플레이가 LCD 생산비중은 줄이면서 OLED 비중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부품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OLED TV에 번인 현상이 없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일상적인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하에 기술상용화가 이뤄진 것"이라며 "가혹한 환경에서의 제품 사용 및 테스트를 통해 번인현상이 실제보다 과장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