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우시오 전기·야자키 등 日업체 만나 협력방안 모색

하만 인수 후 車전장 사업 정체, 日기업과 전력보강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와 만나 향후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삼성이 자동차 전장사업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0일 홍콩과 일본 출장을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지난 2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세 번째 해외출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열흘간의 출장에서 일본의 우시오전기, 야자키의 고위관계자들과 만나 전장사업 및 신사업 분야에서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산업의 무게 중심이 모바일에서 자동차로 이동함에 따라 커넥티드카·자율주행 분야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달 2일에도 중국에서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의 왕촨푸 회장과 회동한 바 있다. 당시 부품사업 부문 최고경영진을 대동해 미팅을 가졌지만 이번에는 홀로 해외출장길에 올라 고위관계자들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만 인수 후 정체됐던 자동차 전장사업에 전력보강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 부회장이 일본출장에서 만난 야자키는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이다. 자동차용 전원과 통신케이블, 전방표시장치(HUD) 등 전장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 등 글로벌 매출이 일본 현지 매출보다 약 2배 높다.

또 이 회장이 방문한 우시오 전기는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용 노광 램프 분야가 주력인 기업이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700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최근에는 광학을 이용한 의료기기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과거 우시오 전기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액시머 장치 개발을 연구한 바 있다. 반도체를 세정해 표면마찰을 줄이고 침수 시 부품 저항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다. 현재 한국 우시오 전기는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PCB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협업 중이다.

지난 3월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 키워드가 인공지능에 있었다면 이번 출장은 전장사업에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하만은 지난 1분기 매출 1조9400억원, 영업적자 400억원을 기록했다. 하만 인수 전 이 부회장이 구속돼 전장사업의 외형 키우기가 정지돼있었던 만큼 경영시계를 빠르게 돌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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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또 LG전자보다 2년 늦은 2015년 11월 자동차 전장사업팀을 만든 데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의사결정이 늦어진 상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반도체 외에도 세트(가전·모바일) 사업이 있지만 이 부회장이 차세대 먹거리로 자동차 전장사업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 부회장의 해외출장은 향후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을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퀄컴의 플랫폼 기술과 NXP의 오토모티브 기술력이 합쳐질 수 있는 변수를 마주하고 있다.

중국이 퀄컴의 NXP 인수를 승인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전장산업의 높은 벽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이 자동차 반도체의 신뢰성이 높은 북미·유럽기업에 대항하기 위해선 일본 기업과 협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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