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IT기업 투자 물색…소프트웨어·데이터 기반 사업 무게

삼성전자 CIO에 데이비드 은 삼성넥스트 사장, 인수합병 전략 강화 포석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넥스트가 차세대 IT기업 인수를 물색하며 그룹의 성장엔진을 찾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의 영역에서 잠재력을 갖춘 신생기업을 발굴하고 이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8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삼성넥스트는 최근 해외 IT기업 중 투자가치가 높은 기업을 발굴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 IoT, 증강·가상현실, 블록체인, 정보보안, 스마트 헬스케어 등이 투자 대상이다.

삼성넥스트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거점으로 삼성전자의 글로벌 혁신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2013년 설립돼 현지에서 인재영입,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한다. 미국(실리콘벨리, 뉴욕), 독일(베를린), 이스라엘(타라비브), 한국(수원) 총 4개 국가에 위치해있다.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및 IT 기반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올해 초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인공지능 전문가 래리 헥(Larry Heck) 박사를 영입했다. 지난 5월에는 BMW, 이베이,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제품 디자인 전문가 데인 하워드(Dane Howard)를 영입하는 등 세계 유수의 IT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대만의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삼성넥스트에서 벤처 투자를 담당하는 레이몬드 리아오(Raymond Liao) 벤처 매니징 디렉터는 분산형 서비스, 컴퓨팅, 비즈니스 모델을 쉽게 개발할 수 있는 영역에 투자를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엣지컴퓨팅, 인공지능, IoT, 블록체인 등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 대상이다. 리아오 디렉터는 또 현재 투자 대상을 미국 뿐 아니라 대만 현지에서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넥스트가 인수한 기업은 현재까지 16개다. 투자를 통해 성장을 지원한 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품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5년 인수된 미국 모바일 결제 솔루션 기업 루프페이(LoopPay)가 삼성페이의 근간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앞두고 단기간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인수합병 전략이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며 "업계에서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기업을 조만간 인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넥스트가 조성한 1억5000만 달러 펀드를 통해 현재까지 지원을 받은 기업은 △컨버지 인더스트리스 △대쉬핫 △엔트리 포인트 VR △필라멘트 △인티저 △리퀴드스카이 등이다. 투자는 주로 미국기업에 집중돼있다. 지난 5년간 삼성넥스트가 투자한 78개 벤처기업 가운데 미국기업은 70%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는 이스라엘의 기업이, 나머지는 중국, 인도 기업이 투자를 받았다.

삼성넥스트는 투자를 통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부문 경쟁력 향상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데이비드 은 삼성넥스트 사장은 "소프트웨어와 (IT 기반의) 서비스가 삼성전자 DNA의 핵심영역이 되고 있다"며 "스타트업이 이를 실현하는 열쇠"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넥스트는 차기 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쏟으며 실리콘벨리의 안테나 역할을 담당함에 따라 삼성전자 내에서도 더욱 입지가 커지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삼성전자 고혁신책임자(CIO)에 정식 임명된 데이비드 은 삼성넥스트 사장. 사진=연합뉴스

최근 삼성전자는 최고혁신책임자(CIO)에 삼성넥스트의 데이비드 은 사장을 임명했다. CIO는 삼성전자 내에서 이번에 새롭게 생긴 직책이다. 은 사장은 오픈이노베이션 혁신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을 담당하게 된다.

하버드대 출신의 은 사장은 구글 콘텐츠 파트너십 총괄 부사장, 타임워너 미디어 통신 그룹 최고담당자, 베인앤컴퍼니 경영 컨설턴트 등을 거쳤다. 구글에서는 유튜브 인수를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글로벌 IT 사정에 밝은 삼성넥스트의 인물을 통해 인수합병을 삼성의 주요 전략 중 하나로 내세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은 사장의 CIO 임명은 반도체로 대표되는 하드웨어 사업과 함께 소프트웨어·데이터 기반 사업에 무게를 두겠다는 다의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넓은 틀에서 볼 때 은 사장의 CIO 임명은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과거 루프페이, 스마트싱스 등 인수합병 사례가 삼성넥스트에서 나온 점을 고려할 때 인수합병 차원에서도 강점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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