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중간급 AP 늘리며 점유율 확대로 중화권 업체 공세 대응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TSMC-애플' 간 연합전선 속 선방

사진=퀄컴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퀄컴이 중저가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를 늘리며 중화권 업체들의 공세를 방어하는데 성공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를 고려해 중간 사양의 AP 공급을 늘린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1일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퀄컴의 AP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42%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세계 AP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5% 감소한 202억 달러 규모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퀄컴의 선방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이어 애플(22%)이 2위를 달렸고, 미디어텍(15%),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하이실리콘 순을 보이고 있다.

퀄컴은 지난 2014년 글로벌 AP 점유율이 52%에서 2015년 42%, 2016년 1분기에는 39%까지 떨어졌다.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성장과 함께 현지 기업이 자체 AP 생산에 나선 탓에 퀄컴이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지난해 애플, 하이실리콘, 퀄컴, 삼성전자 LSI사업부의 AP 시장 점유율은 확대된 반면 미디어텍과 스프레드트럼은 급격히 감소했다고 밝혔다. 퀄컴이 중간급 사양인 스냅드래곤600 시리즈를 통해 샤오미, 오포, 비보의 스마트폰 채용을 늘린 것이 중화권 업체들의 하락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4G LTE 시대로 넘어오면서 3G 기반의 AP 수요가 떨어졌다는 점도 중화권 기업에 악재로 작용했다.

대만의 미디어텍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도 하락세가 뚜렷한 상황이다. 대만의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 시장에서 미디어텍의 AP 점유율은 40.6%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 내 미디어텍의 AP 점유율이 46%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향력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삼성 시스템LSI사업부 역시 지난해 여러 가격대를 커버할 수 있는 제품을 설계하며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AP 분야 매출이 늘며 전년 대비 점유율이 소폭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 삼성의 AP 점유율은 11%였다. 지난해에는 두 자릿수대의 점유율을 유지했다.

파운드리 측면에서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시스템LSI사업부의 AP 물량으로 TSMC-애플 간 연합전선에도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의 디지타임스는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분석을 인용해 "TSMC의 AP 생산량은 지난 2016년 전체 시장의 4분의3을 차지했지만 지난해의 경우 3분의2 수준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AP '엑시노스9610'. 사진=삼성전자 제공

아울러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퀄컴으로부터 중저가형 AP인 스냅드래곤 710 양산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은 준프리미엄급 스마트폰에 채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과거 대부분의 AP를 자체 스마트폰에 공급했지만 공급사를 중국 메이주 등으로 확대하면서 점유율을 높여가는 상황이다.

같은 기간 애플의 AP 점유율도 상승했다. 애플은 2014년 18%에서 2015년 21%, 2016년 1분기 15%, 지난해 1분기 18% 등 점유율 등락을 반복해왔다. 지난해에는 22%를 기록해 신형 아이폰의 흥행 부진에도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AP를 설계하는 상위 중화권기업 중 중국의 하이실리콘 점유율만 유일하게 늘어났다. 하이실리콘은 화웨이의 반도체 자회사다. 자체 개발한 '기린칩'을 자사 스마트폰에 적용해 점유율 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2017년은 애플, 하이실리콘, 퀄컴, 삼성LSI가 주도하는 10나노 공정의 스마트폰 AP가 총 스마트폰 AP 출하량의 14% 이상을 차지했다"며 "옥타코어 칩은 지난해 스마트폰 AP 출하량 가운데 40 % 이상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SA는 또한 "지난해에는 2억5000만개 이상의 스마트폰 AP가 인공지능(AI) 엔진과 함께 양산돼 스마트폰이 3D 얼굴인식, 이미지인식, 애니모티콘(Animoji) 등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올해는 온디바이스형 인공지능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