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웍스에 OLED TV용 칩 자산·인력 양도…시스템반도체 사업 강화

전세계 OLED TV 확대 추세 속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경쟁 체력 길러

LG전자 본사 사옥 트윈타워. 사진=LG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LG전자가 그룹 계열사 실리콘웍스에 힘을 실으며 시스템반도체 사업 성장판을 열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 그룹의 유일한 반도체 기업인 실리콘웍스를 본격 육성하기 위한 시나리오다. 40대의 나이에 LG를 이끌게 된 구광모 시대를 맞아 그룹 내 반도체 사업 위상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LG전자는 지난 29일 올레드(OLED) TV용 티콘(타이밍콘트롤러) 칩 사업 관련 자산과 인력 일체를 반도체설계(팹리스) 기업 실리콘웍스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양도가액은 480억원으로 오는 7월1일 양도할 계획이다.

LG그룹 계열사인 실리콘웍스는 디스플레이용 드라이버IC, 티콘, 전력반도체(PMIC) 터치센서 등을 설계하는 팹리스다. 글로벌 팹리스 상위 50개 기업 가운데 국내 기업으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번 계약을 통해 LG전자에서 OLED TV용 티콘 설계 등을 담당해온 핵심인력 일부가 실리콘웍스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측에 따르면, 이동을 희망하는 인력 일부만을 대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실리콘웍스는 이번 사업 및 인력 양수로 티콘 부문 경쟁사인 아나패스, 티엘아이를 따돌리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가 설계·양산하던 OLED TV용 티콘 사업 경쟁력이 그대로 이식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사업 확대에 따른 동반성장이 기대된다.

실리콘웍스가 LG그룹으로부터 반도체 설계 사업을 이식받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15년에도 LG전자로부터 시스탬IC 사업 일부를 넘겨받았다. 실리콘웍스의 최대 거래처는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전자 순이다. 수요기업과 팹리스 간 연결고리 강화를 통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드는 모습이다.

실리콘웍스는 이번 사업 양수로 LG디스플레이의 고객사를 통한 매출 확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실리콘웍스 관계자는 "이번 사업 양수는 2014년 실리콘웍스가 LG그룹에 인수된 후 반도체 사업이 실리콘웍스에 집중되는 일련의 과정"이라며 "LG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의 여러 고객사를 확보할 경우 자사의 티콘칩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LG그룹의 실리콘웍스에 대한 반도체 전력 집중은 LG이노텍 등 계열사와 시너지를 통한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의지다. 전세계적으로 TV 패널이 LCD에서 OLED로 전환되는 것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전자기기의 패널이 LCD에서 OLED로 넘어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1분기 LCD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7.5% 늘어난 5010만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OLED TV는 47만대를 나타내 전년 대비 115.8% 폭발적으로 늘었다.

손보익 실리콘웍스 대표. 사진=실리콘웍스 제공.

실리콘웍스가 LG디스플레이 외에 직접 티콘칩 관련 고객사를 늘려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세계적으로 OLED TV 사업은 LG전자 뿐 아니라 소니, 파나소닉,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실리콘웍스는 과거 LCD 구동칩(LDI), 티콘 등 일부분을 소니 등에 공급했던 경험이 있다. 현재 실리콘웍스의 매출은 그룹사 내부거래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리콘웍스는 하나의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어 미래 성장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제조업체)를 인수해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실리콘웍스의 매출은 2015년 5358억원, 2016년 6100억원, 2017년 6927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 2016년 12월 734명에 머물던 직원수 역시 2017년 12월 841명, 지난 1분기 871명으로 빠르게 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실리콘웍스 관계자는 "이번 사업 양수는 반도체 사업에 대한 집중을 위한 것"이라며 "OLED TV용 티콘 사업을 양수받은 뒤 어떻게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제품을 다변화하느냐에 따라 향후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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