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연합 도시바 인수…SK하이닉스, 도시바와 기술협력 발판

도시바, 낸드플래시 원천기술 보유, 솔루션 제조 기술력 높아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SK하이닉스가 중국 정부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 승인으로 낸드플래시 사업 강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향후 10년간 경영참여 및 기밀정보 접근에 제한이 이뤄짐에 따라 연구개발(R&D)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시바 메모리의 매각 작업이 중국 반독점 당국의 승인으로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 중국 정부의 의도적인 승인 지연, 도시바의 은행 대출금 상환 등 변수가 겹치며 거래가 불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왔지만 중국은 결국 매각을 승인하는 쪽을 택했다.

SK하이닉스는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의 도시바메모리 인수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주력 기업으로서 글로벌 무대에서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 점유율은 28.1%로 2위다. 삼성전자와 함께 D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반면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는 4위를 유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에 대한 수요는 엔터프라이즈(기업용) SSD, 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와 맞물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로 향후 존재할 수 있는 낸드플래시 특허분쟁에 따른 가능성이 봉쇄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바는 세계 최초로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기업인만큼 원천기술, 다양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 SK하이닉스는 도시바와 몇 차례 낸드플래시 특허분쟁을 벌였으나 크로스 라이선스(상호특허협력)와 기술협력을 통해 이를 해결했다.

장기적으로는 도시바의 지분을 더 확보하느냐 여부에 따라 시장장악력을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놨다. 독점 가능성에 따라 SK하이닉스는 도시바에 대해 향후 10년간 의결권 지분이 15% 이하로 제한되고 기밀정보에 접근하지 못한다. 하지만 향후 발생할 변수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낸드플래시는 단품 뿐 아니라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UFS(범용플래시메모리) 등 솔루션으로 생산해내는 기술이 중요하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2위인 도시바(16.2%)는 단품 뿐 아니라 SSD와 같은 솔루션 부문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는 낸드플래시를 SSD 등과 같은 솔루션에 적용해내는데 강점이 있는 기업"이라며 "장기적으로 이를 통해 SK하이닉스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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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시너지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낸드플래시 개발 속도가 도시바보다 빠르다. 지난해 4세대 72단 3D낸드 개발에 성공해 반등의 기회를 마련했다. 도시바는 올해 상반기 중 4세대(64단)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할 계획이다. 또 도시바는 2D 낸드플래시에 강점을 가진 기업으로 상당 기간 투자가 보류돼있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도시바 측이 딜클로징(매각계약 완료)을 오는 6월1일로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때까지 상황을 잘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도시바 메모리와 당장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시바 메모리 지분은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이 참여하는 컨소시엄과 도시바, 일본 장비업체 호야가 각각 49.9%, 40.2%, 9.9%를 나눠갖게 된다. 경영권은 일본 측이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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