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닷컴·지니언스 등 지난해 이어 올해 미국시장 공략 난항
국내 공공시장 의존 탓에 기술경쟁력 못 갖춰 美시장 고전
  • 파수닷컴이 RSA 2018에 마련한 부스 전경. 사진=파수닷컴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미국시장에 발을 들였던 국내 보안기업이 잇달아 고배를 마시고 있다. IPO(기업공개)를 발판 삼아 미국진출을 선언했지만 현지 소프트웨어 장벽을 뚫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파수닷컴, 지니언스 등 국내 보안기업이 미국시장에서 수년째 고전을 이어가고 있다. 묘수가 없는 한 과거 안랩의 사례처럼 막대한 손실만 입고 철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들린다.

파수닷컴은 2012년 일찍이 미국법인을 설립하며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성과는 투자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파수닷컴의 2017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법인(Fasoo, Inc.)의 지난해 매출은 1억9700만원에 그쳐 현지법인의 역할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미국법인 매출 4억6200만원과 비교했을 때 57.4% 하락한 수치다. 지난해 초 미국법인의 새 CEO로 현지 IT전문가 존 헤링을 임명하며 새판짜기에 나섰지만 오히려 부진이 심화됐다. 당기순손실도 2016년 10억7100만원에서 지난해 14억4000만원을 기록해 오히려 손실 규모가 커졌다.

미국시장에서 파수닷컴의 주력인 데이터보안의 중요성이 부상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시장의 성장세가 크지 않은데다 현지 업체의 장벽에 가려 빛을 못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DRM(디지털저작권관리) 시장의 성장 정체와 맞물려 미국시장에서의 부진이 기업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 위기상황을 견디지 못한 인력들의 이탈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파수닷컴의 지난해 말까지 직원 수는 246명으로 2016년말 297명에서 1년 사이 6분의1에 해당하는 직원이 빠져나갔다.

파수닷컴은 미국시장 부진의 타개책 일환으로 최근 미국 뉴저지주에 있던 미국법인 사무실을 워싱턴 D.C. 인근의 메릴랜드주 베데스다로 이전한 상태다. 미국 연방정부의 사이버보안 예산 약 140억 달러(약 14조9828억원) 중 65% 가량이 워싱턴 D.C 인근지역에서 집행된다는 점을 고려해 법인 이전을 결정했다.

  • 'RSA2018'에서 지니언스의 부스. 사진=지니언스 제공
지니언스 역시 지난 2016년 미국시장에 진출한 뒤 지난해 1월 현지법인을 설립했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니언스는 그간 국내 보안기업의 미국 진출 실패 원인이 현지 유통채널 및 AS 인프라 구축에 따른 대규모 투자에 있다고 보고 온라인 중심 비즈니스로 방향을 바꿨다. 영업, 결제, 기술지원 등 모든 서비스가 온라인에서 구현되는 원스톱 플랫폼을 구축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미국법인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며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지니언스 미국법인의 당기순손실은 7억6900만원으로 2016년 3억9700만원과 비교해 적자 폭만 늘어났다.

지니언스는 창립 후 지난해까지 12년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고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들어서는 이례적으로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했다. 미국법인 설립 후 미국 진출을 본격화한 지난해 3,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모두 감소했다.

지니언스 관계자는 "아직은 미국시장에서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1분기에는 미국 법인에 대한 투자 뿐 아니라 미국 RSA 참가, 국내 EDR 인력 증가 등을 원인으로 적자전환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보안기업 중 미국시장에 진출해 철수한 대표적인 기업은 안랩이다.

안랩은 2013년 5월 자본금 15억6000억원 규모로 안랩 USA를 설립했지만 3년 만에 철수했다. 당시 안랩 관계자는 "시장성이 높은 아시아태평양 국가에 기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안기업이 자체 브랜드를 통해 미국에서 매출을 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현지 기업의 벽이 높은데다 유통망 확보의 어려움, 소프트웨어 문화 차이 때문에 진입조차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공시장을 테스트베드 삼아 성장해온 국내 보안산업 특성 역시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미국의 사이버 보안시장 규모는 올해 279억 달러 규모에서 오는 2021년 346억 달러로 성장하게 될 전망이다. 미국의 보안 시장은 전체 글로벌 시장의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수출에 성공하지 않는 한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미국시장에서 국내 보안기업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원인은 기술력 부족과 현지 마케팅이 어렵다는 점 때문"이라며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 독자적으로 진입할 수도 있지만 외국기업과 협업을 통한 방법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염교수는 또한 "우리나라 보안기업이 영세하다보니 진출 후 현지화를 추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는 정부가 기업이 전략적으로 미국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성공사례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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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5/15 08:40:17 수정시간 : 2018/05/15 08: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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