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올해 하만 인수효과 기대… LG 'ZKW' 인수 전장사업 강화

피인수기업 고객사 확보, 삼성전기·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 낙수효과

ZKW 직원이 헤드램프 제품을 테스트하는 모습. 사진=LG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사업에서 격돌하고 있다. 전자산업의 무게 중심이 모바일에서 자동차로 이동함에 따라 미래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다,

자동차전장사업이 활성화되면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부품기업 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배터리,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도 계열사 낙수효과가 기대된다. 전장사업은 전자·IT 인프라가 고도로 집중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자업계의 맞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자동차전장사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삼성과 LG가 택한 것은 인수합병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하만인터내셔널을 인수했다. 인수규모는 9조원대에 이른다.

하만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다. 하만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텔레매틱스, 보안 영역에서 강점을 가진 기업이다. 또 오디오와 음향제어 기술을 갖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용이하다.

과거 삼성은 프리스케일 인수를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스케일은 자동차용 반도체에 강점을 가진 미국 기업이다. 전장사업은 운전자 안정성이 담보돼야하는 특성상 전자산업 중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분야다. 글로벌 시장에서 부품 신뢰성이 확보된 기업을 인수해 전장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가 2015년 프리스케일을 인수하는데 성공하면서 삼성은 기회를 놓치게 됐다. NXP는 현재 퀄컴에 인수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인수합병이 전장사업 확대의 핵심전략으로 부상한 만큼 삼성전자가 NXP를 인수하는 '빅딜'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삼성전자에게 인수된 하만은 지난해 총 7조1000억원의 매출을, 영업이익 약 600억원을 기록해 아직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장산업이 성장기에 접어들면 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 등 그룹사 전방위에 걸쳐 시너지가 기대된다. 하만은 벤츠, BMW,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전세계 주요 완성차업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부품 기업인 삼성전기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시장에서 글로벌 2위다. MLCC 점유율은 일본의 무라타가 31%, 삼성전기가 19%를 차지하고 있다(지난해 기준).

하지만 자동차용 MLCC를 확대하기 시작하면 무라타와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매출은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전년 대비 100% 이상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장용 카메라모듈 역시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삼성전기가 하만의 고객사를 확보할 경우 카메라모듈 사업의 중국 매출 비중을 낮추고 수익처를 다변화할 수 있게 된다. 이밖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 삼성SDI의 차량용 배터리 등이 전장사업 성장세의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경쟁사인 LG전자는 전장사업 확대를 위해 최근 오스트리아 기업 ZKW를 인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LG전자는 ZKW 지분 70%를 7억7000만 유로(약 1조108억원)에 인수한다.

ZKW는 BMW, 벤츠, 아우디, 포르쉐 등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들에게 프리미엄 헤드램프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LG전자는 그동안 △인포테인먼트 기기 △전기차 솔루션 △안전 및 편의장치 분야에서 자동차 부품 사업을 확대해왔다. 이에 따라 VC사업본부는 지난해 3조4891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26% 성장했다. LG전자는 ZKW 인수를 통해 리어램프 중심이었던 자동차용 조명사업을 헤드램프를 포함한 전영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ZKW 본사 사옥 전경. 사진=LG전자 제공

다만 LG이노텍·LG화학 등 그룹 내 계열사와의 시너지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구상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에 따르면, 현재 ZKW는 LED 광원에 오스람을, 플라스틱 소재는 유럽의 화학업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거래하는 업체들과 계약을 끊고 당장 계열사로 이를 이관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LG전자는 콘퍼런스콜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ZKW가 가진 고객채널과 공급망을 활용해 안정적인 사업을 구축하는데 집중하겠다"며 "장기적으로는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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