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X 판매 부진에 TSMC·브로드컴 등 매출 하락 전망 나와

애플, 아이폰 원가 절감…삼성디플에 OLED 패널 가격 인하 요구

애플의 아이폰X. 사진=연합뉴스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애플의 아이폰 판매 부진에 국내외 부품 공급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 애플의 아이폰 생산원가 절감 계획과 맞물려 여파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스마트폰에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모뎀칩, D램, 낸드플래시, 각종 센서 등이 들어간다. 애플은 주요 부품을 복수의 업체에 공급받는다. 삼성, 브로드컴, 퀄컴, TSMC 등 전세계 반도체 기업이 애플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X가 흥행 실패로 올해 단종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공급업체의 실적 하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5일 외신에 따르면,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 TSMC는 올해 2분기 매출이 최대 79억 달러(약 8조4395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월가에서 내놓은 전망치 88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TSMC는 애플에 A11 칩셋을 독점 공급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아이폰 판매 저조로 공급물량이 지속 감소하고 있다. TSMC는 매출의 20%를 애플에 의존한다.

애플의 주요 공급업체 중 하나인 브로드컴 역시 최근 회계연도 2분기 모뎀칩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브로드컴은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칩 기술을 아이폰에 공급한다.

국내 업체의 실적 타격도 감지된다. LG이노텍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4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9%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품을 공급한 아이폰X가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은 지난해 3분기 최초로 신기술 카메라모듈을 애플에 공급하며 실적이 급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의 애플 매출 의존도는 50% 정도다. LG이노텍은 애플에 듀얼 카메라모듈과 3D 센싱 모듈을 공급한다. 아이폰 판매량에 따라 실적이 요동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 4분기 아이폰X의 판매량은 2900만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JP모건에 따르면, 올 1·2분기 생산량은 기존 전망치보다 각각 25%, 44% 줄어 1500만대, 1000만대에 그칠 전망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역시 변화가 예상된다.

애플이 아이폰X 참패의 충격 여파로 10년간 유지해온 프리미엄 전략에서 보급형 전략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애플은 올 가을 OLED가 아닌 LCD를 탑재한 신형 아이폰을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LCD는 OLED보다 가격이 절반 정도 저렴하다. 이를 공급하는 국내 업체의 마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애플의 아이폰 판매 부진에 따라 OLED 패널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올해 초 A3 OLED 패널 공장 가동률은 50% 안팎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6세대 플렉시블 OLED 용도로 전환투자한 A4 가동 일정도 불확실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생산라인은 A1, A2, A3다. 이 중 6세대 OLED 패널을 생산하는 A3 라인의 생산량이 가장 많다. 전자업계는 지난해 4분기 삼성디스플레이 매출 중 30~40%가 애플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한다.

또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와의 최근 협상에서 OLED 패널 가격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가 절감을 통해 아이폰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대만의 디지타임스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OLED 디스플레이 가격을 지난해보다 크게 낮춰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LG디스플레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플렉시블 OLED 패널 1000만대 가량을 공급할 것으로 보고 중소형 플렉시블 OLED 생산라인을 파주 E6에 도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양산일정이 늦어져 애플은 올해 아이폰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사로 또 다시 삼성을 택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제시한 낮은 가격 역시 애플을 충족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아이폰 수요 저조로 전세계 부품 기업들이 변화를 맞고 있다"며 "애플의 원가절감 및 자체 부품 조달 역시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