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독점 심사 5월 승인 넘기면 매각 중단 가능성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중장기 사업계획 변수될 듯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SK하이닉스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됐던 도시바메모리 인수가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도시바 측이 메모리사업부 매각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SK하이닉스의 계획 역시 미궁에 빠지는 모습이다.

23일 외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시바는 5월말까지 중국의 반독점 심사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중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여론 및 채권단에서도 매각 중단에 대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이 의도적으로 반독점 심사를 지연시키면서 변수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 한국 등 7개국 정부의 반독점 심사는 끝난 상태다. 하지만 중국은 매각 시한을 넘기면서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중국 기업들과 격차를 벌리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일본 다수의 언론들은 2차 매각시한인 5월1일까지 중국 측의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협상 내지 또 다른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영자매체 니케이아시안리뷰는 23일 "베인캐피털의 승인 여부에 따라 도시바가 메모리사업부 매각 계획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도시바는 최근 자금난 해소와 주주 및 여론에 의해 변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도시바메모리는 지난해 약 6000억엔 규모의 증자를 통해 자본잠심에서 벗어났다. 또 일부 주주들은 도시바메모리가 도시바 영업이익의 90%를 차지한다는 점을 들어 매각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거래가 불발될 시 도시바는 메모리사업 지속을 위해 연간 수천억엔 규모의 투자 유치가 요구된다. 자본잠식에서 벗어났지만 자기자본비율이 11%(2018년 3월말 기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중단될 경우 SK하이닉스의 중장기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당초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의 원천기술을 가진 도시바와 협력을 위해 이번 인수전에 참여했다. 낸드플래시 시장 5위인 SK하이닉스가 2위인 도시바 반도체의 경영권 일부를 갖게 될 경우 향후 점유율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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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SK하이닉스는 매출의 상당 부분이 D램에 편중돼있는 구조다. 낸드플래시 1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 매출 중 D램과 낸드플래시가 6:4 비중이라면 SK하이닉스는 7:3 정도다. 매출 다변화 및 미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해 도시바 인수는 분명한 과제로 지적된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5위를 기록했다. 점유율 11.2%로 삼성(38.3%), 웨스턴디지털(16.2%), 마이크론(11.6%)의 뒤를 잇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1.5%p(포인트) 증가했지만 D램과 비교해 다소 열세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과거 엘피다 메모리 반도체 인수 철회에 대해 두고두고 후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번 도시바 인수 건과 관련해선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도시바메모리와 당장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중장기적으로 협력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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