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TC·푸젠진화반도체 등 中기업 올해 메모리반도체 본격 양산

중국 '가격 공세' 이용,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로 변수 대비해야

삼성·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점유율 62%, 시스템반도체 점유율 4% '대조'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중국 기업이 정부의 막대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우리나라와 메모리반도체 기술시차를 좁히고 있다. 양쯔강메모리테크놀로지(YMTC), 푸젠진화반도체 등 중국 신생업체들이 올 하반기 메모리반도체의 본격 양산에 들어감에 따라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외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푸젠진화반도체는 이르면 오는 7월 D램에 대한 시험양산을 시작한다. 당초 올해 9월 양산을 계획했으나 공장 건립이 예정보다 빨라지며 가동 일정도 앞당겨졌다. 공장은 32나노 제품을 12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매달 6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졌다.

푸젠진화반도체는 중국 정부의 반도체 핵심산업 육성 프로젝트에 포함돼 대규모 지원을 받는 기업이다. 공장 건립에 중국 푸젠성 지방정부로부터 53억 달러를 지원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만의 디지타임스는 최근 "중국 푸젠진화반도체가 국영 반도체 투자 펀드로부터 총 80억원의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도 빠른 속도로 메모리 반도체 진영에 합류하고 있다.

최근 3D 낸드플래시 칩 공급에 대한 첫 번째 고객사를 확보했다. 8GB SD 메모리 카드용 32단 3D 낸드 칩에 대한 총 1만7776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말 첫 양산을 시작한다.

YMTC는 중국 국영기업 칭화유니그룹 자회사다. 중국 허베이성 우한에 신설한 12인치 웨이퍼 팹 생산라인을 통해 매달 웨이퍼 기준 30만장에 이르는 3D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는 목표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2019년까지 64단 3D 낸드를 개발한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중국 정부는 5년 동안 매년 200조원 이상을 투입, 반도체를 국가 핵심산업으로 키우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내년 YMTC, 푸젠진화반도체, 루이리IC 등이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본격화하면 점차 반도체 자급률을 늘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려되는 것은 국내 기업의 반도체 수출 감소다. 특히 모바일용 메모리반도체는 중국 기업 의존도가 높은 분야다.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중국 기업인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에 약 50%를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만큼 내년 양산 시점과 맞물려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는 가격경쟁력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특성상 중국이 가장 큰 강점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추진하는 것은 결국 제품의 국산화"라고 말했다.

애플의 제품에 중국 기업이 낸드플래시를 공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애플은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도시바, SK하이닉스로부터 낸드플래시를 공급받았다. 하지만 최근 고가 스마트폰 '아이폰X'의 실패로 충성고객을 겨냥한 프리미엄 전략에서 신규고객 유입을 확대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원가가 낮은 부품을 채용해 아이폰 가격을 낮출 것으로 관측된다.

애플은 전세계 낸드플래시 수요의 15%를 차지한다.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울 경우 우리나라 낸드플래시 수요 급감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중국의 대응에 쉽게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국내 기업의 심각한 메모리반도체 편중 현상 때문이다.

반도체는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 분야로 나뉜다.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보다 시장이 두 배 이상 큰 영역이지만 메모리 분야와 비교했을 때 국내 기업 성과는 미진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메모리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은 62%에 이르지만 시스템 반도체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전체 반도체 매출 비중 가운데 시스템IC가 차지하는 비중은 1~2% 수준에 그칠 정도로 편중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20년 넘게 이어져온 메모리반도체의 경쟁우위에 수년 내로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며 "중국은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지 않는 분야에서부터 자급률을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 3D V낸드 칩과 이를 기반으로한 메모리 제품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