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온라인 산업때 만든 규제 모바일게임에도 준수 요구

월 결제 한도도 구글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기업 중심

'청소년유해매체물' 해석놓고는 여가부-문화부 엇박자

모바일 게임. 사진=픽사베이

[데일리한국 황대영 기자] 문재인 정부가 게임산업 부흥을 약속했지만, 관련 부처의 엇박자 정책으로 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PC온라인 게임 시절에 만들어진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정책은 모바일 게임으로 재편된 산업 성장의 규제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엔씨소프트, 넷마블, 웹젠 등 게임업계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와 마찰을 겪었다. 당시 ‘거래소’ 콘텐츠를 놓고 기관과 업계가 유권해석을 달리했다.

이 때문에 게임사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콘텐츠를 대폭 수정 또는 등급을 ‘청소년이용불가’로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게임산업의 트렌드가 모바일 게임으로 빠르게 재편됐지만, 정부의 규제는 과거 PC온라인 게임 시절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게임위는 당시 “거래소 콘텐츠가 ‘청소년유해매체물’인 아이템 중개 거래 사이트를 모사했기 때문에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때 서비스 중인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웹젠의 ‘뮤 오리진’이 콘텐츠를 대폭 수정했다. 또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은 거래소 유무에 따라 각각 다른 이용가 버전을 내놓았다.

이 같이 게임업계에 규제로 다가온 청소년유해매체물은 과거 PC온라인 게임 아이템 중개 사이트에 대해 지정됐다. 게임업계에서는 모바일 게임 시대에 청소년유해매체물이 셧다운제와 함께 대표적인 ‘구태 규제’로 손꼽힌다. PC온라인 게임 산업이 대두될 때 만든 규제를 국내 기업들에게만 준수를 요구하며 모바일 게임으로 확대하려는 모습이다.

또 PC온라인 게임에 해당하는 월 결제 한도 50만원 규제는 모바일 게임에서 적용되지 않는다.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공룡 플랫폼 기업들에게는 모바일 트렌드에 맞는 규정을 적용하지만, 유독 국내 게임 기업들에게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을 토대로 가혹하게 적용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거래소 콘텐츠는 글로벌 스탠다드 부분으로 볼 때, 청소년이용불가가 아니다. 단지 국내에서만 유독 ‘청소년유해매체물’을 모방한다는 이유로 규제하고 있다. 이는 산업의 성장을 저해, 역행하는 꼴이다. 때문에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 수익 모델 중 하나인 거래소를 포기하고 출시하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만들어진 제도를 최근 성장 중인 모바일 게임 산업에 그대로 적용하려고 해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법안 취지의 목적인 청소년보호에 초점을 맞추려면 새롭게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운영하는 회사에 청소년 현장학습…여가부 “문제 없다”

여성가족부. 사진=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여가부와 문화부의 엇박자가 그대로 드러나는 사례가 일어났다. 일선 특수목적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운영하는 회사에 현장학습을 다녀간 것이다.

해당 학교의 관계자는 데일리한국과 전화통화에서 “학생들을 인솔해 현장학습을 실시한 업체가 청소년유해매체물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학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비용적인 측면에서 선정했고,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향후 현장학습에 대해 고려하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여가부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청소년 유해업소면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다. 그러나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된 서비스 업체까지 청소년 현장학습을 막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 여가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청소년의 현장학습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비스 회사 자체를 가서는 안될 곳이라고 지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해당 업체는 사행성 우려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됐으며, 단순히 청소년유해매체물 운영뿐 아니라 다른 업무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청소년들에게 설명했다면 현장학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가부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청소년은 청소년 유해매체물인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도 현장학습을 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게임업계에서는 이 같은 이중적인 정부부처의 태도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여가부 장관이 고시하는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문체부가 보수적으로 유권해석 하기 때문에 규제 위에 또 다른 규제인 '옥상옥' 규제가 버젓이 작동하는 모양새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청소년유해매체물과 관련해 업계와 정부 부처가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매체물에 대한 청소년보호 업무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일임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현재 청소년유해매체물 제도는 문화콘텐츠 산업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 인권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을 대폭 개정하겠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산업진흥을 위해 업계 관계자, 전문가, 학계 등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정하는 게임법도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게임 산업은 이중규제로 작용하는 ‘청소년유해매체물’ 제도에 대한 개편도 시급히 필요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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