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정보수정불가능, 모니터링 3자 불필요, 거래비용 감소, 집단지성 승인 방식

가상화폐 외 전기화재 발화지점 분석, 실손의료보험금, 선거투명성 보장에도 활용

블록체인이 각광받고 있다. 집단지성으로 정보를 집단보증하는 블록체인은 수정 불가능한 특성이 있어 신뢰성 확보에 최적이다. 그림=픽사베이 제공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가상화폐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다. 갑작스레 돈과 사람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자연스럽게 가상화폐가 기반을 뒀다는 기술, ‘블록체인’으로 눈길이 쏠린다. 정작 정확히 아는 사람이 드물다. 가상화폐에 쏠린 관심도 기술적인 요소나 사회에서의 쓰임새 보다 일거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투기성’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정작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가진 잠재력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 블록체인의 정의와 산업분야의 활용 방향에 대해 총체적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 블록체인, 거래 내용 수정하려면 천문학적 컴퓨팅 능력과 전기료 들어…수정 불가능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블록체인을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데이터를 검증, 보완하는 방법으로 공인된 제3자 없이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블록’은 무엇이고 ‘체인’은 무엇인지, 블록체인이라는 단어를 나눠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블록’이란 거래 정보다. ‘체인’은 말 그대로 연결고리다. 블록체인은 결국 거래 정보들이 연결된 고리다. 낱낱의 블록은 아무 의미가 없고 집단 승인 과정을 거쳐 블록체인에 연결될 때 공신력이 생겨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가령 A가 B에게 송금하면 이에 대한 거래 정보가 담긴 ‘블록’이 생긴다. 이 블록엔 A가 B에게 송금한 금액, 날짜, 그날의 환율, 송금한 장소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이 블록은 단지 송금 거래 ‘의향’에 불과하다. 현실세계에선 아직 돈이 송금되지 않았다. 돈이 실제로 송금되는 거래가 이뤄지려면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네트워크 참여자의 승인이 필요하다.

A와 B의 거래 정보가 담긴 블록은 일단 블록체인 네트워크 내 모든 참여자들에게 전송된다. A와 B의 거래 내역이 담긴 블록을 받은 참여자들은 거래가 타당한지 확인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는 A와 B의 거래 정보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승인’을 하게 되고 A와 B의 거래 정보 블록을 기존 블록체인에 연결시킨다. 블록이 승인돼 블록체인에 연결되면 이 블록은 믿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획득된 신뢰 속에 현실세계에서 실제 송금이 일어나게 된다.

요컨대 새로운 블록이 기존 블록체인에 연결되는 과정은 집단적인 승인 과정이며, 블록체인은 한마디로 집단 보증인 셈이다.

특이한 점은 블록체인에 연결된 블록의 거래 정보는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거래 정보를 수정하려면 최신 블록부터 자신의 블록에 역으로 접근해 최종 수정을 해야 한다. 가령 A와 B의 거래 정보가 71번째 블록이 돼 블록체인에 연결돼 있다면 71번 블록 이후 연결된 72, 73,74, 75…의 블록을 반드시 통과해 71번 블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과 수정은 따라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블록은 10분에 1개꼴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즉, 10분 만에 수정을 끝내야한다는 얘기인데 현재의 컴퓨팅 능력으론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거슬러 올라간다는 말은 71번 블록 이후에 만들어진 72, 73, 74, 75... 블록을 만들기 위한 연산을 수행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72, 73, 74… 블록을 만들기 위한 컴퓨팅 비용도 고스란히 71번 블록 생성자가 부담해야 한다.

실제로 블록체인을 응용한 비트코인 거래 정보를 조작하려면 연산능력 1~500위의 슈퍼컴퓨터 모두의 연산 능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세계 누구도 이러한 수퍼컴퓨터 구비 능력과 여기에 드는 전기료를 감당할 개인이나 집단은 없다. 따라서 애초부터 거래 내역 조작이 불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가상화폐가 해커들의 공격으로 털렸다는 소식이 종종 전해지는데 해커가 공격한 것은 가상화폐 거래소이지 가상화폐의 거래 정보가 아니다. 가상화폐 기반의 블록체인은 절대 털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의 엄청난 파워는 바로 정보를 그 누구도 함부로 고치거나 바꿀 수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기술 중 하나, 블록체인 활용 범위는 무제한

가상화폐를 처음 만든 이는 불분명하다. 가상화폐 중 최초로 등장한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필명의 사람이 창안했다지만 그가 정확히 누구인지 모른다. 호주의 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자신이 나카모토 사토시라고 밝혔지만 공인되지는 않았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블록체인이 △수정 불가능해 안전하고 △권위 있는 3자 없이 집단지성으로 신뢰를 확보할 수 있으며 △정보공유와 거래 자동화로 거래비용이 감소할 수 있다는 특성을 이용해 만든 것이 가상화폐다.

요컨대 새로운 블록의 승인과 기존 블록체인으로의 연결 과정에서 ‘귄위 있는 제3자’가 필요하지 않고 ‘집단지성’이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일각에선 블록체인을 ‘무정부적’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과기정통부와 기업, 지자체들은 블록체인의 특성을 이용해 여러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전세계적으로도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조금만 앞서 나가면 전세계 블록체인 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한예로 SK텔레콤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전기화재 발화지점 분석 서비스를 2017년 11월 마련해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전기화재 관련 증거는 대부분 화재로 소실돼 발화지점 파악이 어려운 만큼 건물주, 임차인, 손해보험사 간에 분쟁이 발발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SK텔레콤은 전기화재 발화 원인의 80%를 차지하는 스파크 발생 정보를 전기안전공사, 소방청, 보험사 등이 함께 참여하는 블록체인 데이터에 보관한다. 블록체인 데이터는 위·변조할 수 없기 때문에 참여자의 신뢰 속에 화재 발화지점, 원인 감식에 객관적인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의 경우, 블록체인을 활용해 실손의료보험금 자동청구 서비스를 2017년 11월 내놓았다.

현재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가 진료기록 사본과 보험금 청구서를 팩스, 우편, 인터넷, 방문 등으로 보험사에 제출함으로써 보험금을 청구한다. 청구 금액이 소액인 경우 번거롭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블록체인에 보험 가입자의 진료기록 송부 승인 정보를 기록해 병원과 보험사가 실시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료기록 사본을 전달해 자동 처리토록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블록체인으로 연결된 구조를 통해 안전이 보장된 상황에서 스마트폰 앱 등을 활용해 보험금 청구와 보험금 수령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이웃간 전력거래와 전기차 충전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니태양광 등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에너지 프로슈머가 이웃에 전기를 판매하려면 한전에 신청을 해야 하고 승인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경우 에너지 프로슈머와 소비자 간 신속한 매칭이 어렵고 실시간 거래는 더더욱 힘들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전력거래 플랫폼을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에너지 프로슈머와 소비자 간 매칭이 가능하다.

한전은 전력 거래에 쓰이는 가상화폐의 이름을 ‘에너지포인트’로 명명하고, 전기요금 납부와 전기차 충전소 지급결제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SDS는 해운물류 실시간 정보 공유 서비스를 내놓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운송정보는 그동안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개별적으로 관리해왔기 때문에 실시간성과 정확도, 신뢰성이 낮은 편이다. 이럴때 블록체인을 이용해 송화자, 수화자, 운송사, 항만청, 관세청 등이 물류 운송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 관리하면 이같은 난점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삼성SDS는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를 수출입 과정 중 문서 관리에 적용해 유통과정 전반에 투명성을 확보하고 실시간 정보 교류를 통해 사건사고 발생 시 발빠른 대처를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삼성SDS는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결과를 2017년 12월 발표했다.

KT는 안전한 전자문서 관리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활용해 관심을 끌고 있다. 종이문서를 통한 정보 전달은 시간, 장소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자문서가 등장했지만 정작 전자 문서는 호환성이 낮고 고비용이 발생한다.

KT는 'KT 블록체인'을 활용해 송수신자 증명뿐 아니라 전자문서의 용량과 형식에 관계없이 안전하게 유통시키는 시스템을 블록체인을 활용해 2017년 11월 개발완료 했다.

경기도는 블록체인을 직접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도구로 기획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개표기의 전산조작 등을 통해 부정선거가 가능하다는 의혹 등이 확산되는 시점에 블록체인이 구세주로 나선 셈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개인의 인증을 보장하고 유권자의 편의성을 증대시켜 투표 참여율을 높이고 투표 내역에 대한 투명성을 보장하면 개표 전산조작 의혹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경기도의 구상이다. 이런 아이디어가 얼마든지 현실화될 수 있고 실생활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블록체인의 힘'이라는 것이다. 경기도는 선도적으로 나서 2017년 2월 블록체인을 활용한 투표를 시연했다.

블록체인 전자문서 관리 모습. 전자 문서의 공신력을 확보하는데는 수정불가능한 블록체인이 최적이다 사진=KT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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