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변화 예측·코리안루트 개발·미개척 지역 연구

文대통령 "인류 이롭게 할 수 있도록 힘 써 달라"

김영춘 해수부 장관, “30년간 제2 쇄빙선 건조"

세종과학기지 연구원이 바다 얼음 두께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해수부 제공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우리나라 남극 연구의 거점인 세종과학기지가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정부는 세종과학기지를 기반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환경변화를 예측하고, 남극점에 이르는 내륙진출로인 ‘코리안루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빙하 아래쪽이 녹으면서 만들어진 수심 2500m의 빙저호도 탐사하는 등 연구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24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세종과학기지는 1988년 2월17일 서울에서 1만7240㎞ 떨어진 서남극남셰틀랜드 군도 킹조지섬에 세워졌다. 당시 연구인력은 13명뿐이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월동연구대원 450여명과 3000여명의 연구자들이 이곳을 거쳐 가면서 세종과학기지는 명실공히 남극 연구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2003년엔 국내 천연가스 연간소비량의 200배에 이르는 ‘미래 청정에너지’ 가스하이드레이트 매장지역을 발견했다. 항산화 활성 능력이 뛰어나 노화를 막는 데 효과적인 ‘라팔린’도 찾아 화장품으로 개발, 판매하기도 했다.

또한 2009년엔 세종과학기지 2㎞ 남방에 자리한 펭귄 거주지를 ‘남극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후 젠투펭귄이나 턱끈펭귄과 같이 이 지역에 사는 펭귄의 생태를 연구하고 환경변화를 감시해 국제사회에 알리는 등 보호구역 환경관리에 힘썼다.

기후변화 예측을 위한 중요 거점 역할도 맡고 있다. 이곳은 1989년 세계기상기수(WMO)의 정규 기상관측소로 지정된 이래 지금까지 기온, 풍속 등의 기상정보를 하루 4번씩 제공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등 기후변화 지표를 관측하는 지구대기감시 관측소로도 지정돼 기후변화 예측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세워진 故 전재규 대원 흉상 앞에서 연구원들 추모 행사를 갖고 있다. 사진=극지연구소 제공

세종과학기지가 남극 연구의 중심지이자 기후변화 예측을 위한 거점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어려움도 있었다. 2003년 12월 조난당한 동료를 구조하기 위해 나섰다가 강풍으로 고무보트가 전복돼 故 전재규 대원이 사망하는 사고 이후 기지 인프라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돼 2004년 4월엔 극지연구 전문기관인 극지연구소가 세워졌다. 2006년엔 쇄빙 연구선인 아라온호가 건조되기 시작하는 등 극지연구 기반은 전보다 강화됐다.

이 같은 성과를 기념하기 위해 해양수산부는 23일(현지시각) 오후 세종과학기지에서 3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고 24일 밝혔다. 행사에는 김영춘 해수부 장관을 비롯해 설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심재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홍영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윤호일 극지연구소장 등이 참석한다.

김 장관은 이날 우리나라 최초의 월동대장을 역임한 장순근 연구원 등 지난 30년간 세종기지 발전에 힘쓴 9명의 공로자에게 표창을 수여한다. 기지 운영에 있어 도움을 준 러시아와 칠레 등 주변국에도 감사패를 줄 계획이다.

이 밖에 행사 참가자들은 세종과학기지 30년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타임캡슐도 묻는다. 월동연구대 물품, 사진, 영상 등을 담긴 이 타임캡슐은 세종과학기지 100주년이 되는 2088년 열릴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기후변화 예측과 생태계 연구, 미래 자원 개발을 위해서 헌신과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극지인 여러분께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드린다”며 “세종과학기지 준공 30주년을 계기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와 함께 대한민국은 물론 인류를 널리 이롭게 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전했다.

김영춘 장관은 23일(현지시각) 세종과학기지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남극을 찾았다. 사진=해수부 제공

정부는 지난해 수립된 ‘제3차 남극연구활동진흥 기본계획’에 따라 세종과학기지를 통해 전 지구적 환경변화를 예측하는 동시에 대응 마련에 힘쓸 계획이다. 남극 생물의 유전적 특성을 활용한 극지생명자원 실용화 등 융복합 연구도 진행하기로 했다.

남극점에 이르는 내륙진출로인 코리아루트도 개발하는 동시에 빙하 아래쪽이 녹아 만들어진 수심 2500m의 빙저호 등 새로운 연구 영역을 지속적으로 개척할 예정이다. 남극 관문지역 협력 거점인 ‘한-뉴질랜드 남극협력센터’와 ‘한-칠레 남극협력센터’도 활성화하고, 중국·영국·일본·말레이시아와 연구협약도 체결하는 등 파트너십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김 장관은 “앞으로 30년 동안 제2의 쇄빙선을 건조하는 등 남극 과학 연구 활동을 알차게 지원할 계획”이라며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남극에 대한 영향력과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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