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박세필 교수팀 "치매 치료제 연구에 활용…산업적 가치 높아"

[제주대 박세필 교수팀 제공=연합뉴스]
사람의 치매 증상을 가진 '치매 복제돼지'를 만드는 기술이 국내에서 특허를 획득했다.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박세필 교수팀은 사람에게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3개의 유전자(APP, Tau, PSI)를 가진 체세포 복제돼지 '제누피그'를 생산하는 기술이 타 기술과의 차별성과 진보성을 인정받아 특허등록을 획득했다고 14일 밝혔다.

해당 기술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특허조약(PCT) 출원을 한 상태다.

제누피그라는 이름은 제주국립대학교(Jeju National University Pig)의 영문 이니셜에서 따왔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서 지나치게 증가할 때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단백질의 농도가 높아지면 뇌의 신경세포가 파괴되고 결국 기억이 지워진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대한 신약개발이나 발병 메커니즘 연구에는 설치류 모델이 주로 이용됐지만,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 그동안 축적한 제주 흑돼지 복제기술을 이용했다.

돼지가 사람과 유사한 장기구조와 생리적 특성을 가져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성 치매 신약 효능 검정을 할 전임상 대체 동물로 돼지가 꼽히기 때문이다.

박 교수팀은 사람에게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농도를 높이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3개를 복제하려는 흑돼지의 체세포에 '다중벡터 시스템'으로 미리 주입한 뒤 공여 난자의 핵과 바꿔치기해 대리모에 임신시켰다. 알츠하이머병 관련 주요 3개 유전자가 동시에 발현하도록 한 것이다.

국제적으로 치매 유전자를 가진 복제돼지 생산 사례는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 얀센이 보고한 1건뿐이었다. 그나마 이 복제돼지는 1개의 치매 관련 유전자(APP)만 이식됨으로써 치매동물 모델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게 박 교수팀의 설명이다.

이런 방식으로 태어난 제누피그는 지난해 3월 30일에 출생해 올해 5월 24일까지 14개월여를 살다 신장염과 생식기 염증으로 폐사했다.

살아있는 동안 이 복제돼지는 사육사가 가르쳐준 사료 섭취 방식과 자동 급수기 사용법을 잊어버리고, 밥통에 배변하는 등 전형적인 치매 증상을 보였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농촌진흥청의 '우장춘프로젝트'와 제주도 공동과제로 이뤄진 이번 연구에는 미래셀바이오(대표 김은영), 국립축산과학원(박미령 박사), 메디프론디비티(대표 김영호), 건국대(박찬규 교수), 포천중문의대(최영석 교수)가 함께 참여했다.

이 기술은 치매복제돼지 생산 산업화를 목적으로 미래셀바이오에 기술이전이 됐다.

논문은 지난 6월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됐다.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치매 증상을 가진 대가축 동물 모델이 개발된 것은 이번이 세계 처음으로, 치매 치료제 연구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치매의 종류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노인 인구와 치매환자 수의 증가에 따라 관련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10.5%를 보이면서 2021년 109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세필 교수팀은 "이 기술의 산업적 가치는 예상 시장 규모를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추정치를 적용했을 때 향후 기술이 완성된 시점을 기준으로 대략 2024년부터 9년간 매출 4조4천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제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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