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호 발급 단시일 내 재개될까…"신중히 지켜볼 것"

중국발 외풍 또한 국내 게임업계 고민거리로 부상

"인도, 동남아 등으로 게임시장 영토 더 확장해야"

사진=유토이미지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한·중관계가 해빙무드로 접어들면서 사드보복의 여파에 신음했던 산업계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국과 중국 양국이 '한중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결과'를 발표한 이후 한·중 해빙 분위기가 조성된데 이어,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를 앞두고 유통가를 중심으로 긍정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게임업계의 경우, 사드 이슈로 한·중 양국의 관계가 급속 냉각되면서 중국의 게임출시허가권인 '판호' 발급이 암암리에 막혀 전전긍긍해왔다. 중국에서는 공적기관인 신문출판광전총국이 게임사가 중국 시장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 필요한 '판호'를 발급해준다. 현재 넷마블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 등이 판호 발급을 대기 중이다.

경색된 한·중관계가 해빙 국면을 맞이함에 따라, 중국 내 판호 발급이 조속히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게임업계에서는 아직은 신중하게 지켜보자는 시각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사드 해빙무드로 인해 기대감이 피어오르는 와중에도 즉각적인 변화의 낌새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언론에서는 해빙무드 강조하지만…"

지난 3월부터 판호를 발급받은 게임이 전무한 상황에서 최근 발표된 한·중 간 공동결의문은 곧 중국 진출의 문이 열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힘을 보탰다. 앞서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7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레볼루션의 판호는 연초에 신청했다"며 "정부에서 관련 정책이 변경되면 가장 빨리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중 정부 차원의 이야기도 오갔고, 사드 사태 이후 지금까지 판호 발급이 가로막혀 있었기 때문에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드 사태 이전부터 중국에서 외산 게임이 서비스를 위한 허가를 받는 것이 수월하지 않았고 중국 시장이 워낙 변수가 많아 그저 지켜보겠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한국 게임사가 중국 내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현지 퍼블리싱 업체를 통해 진출하는게 일반적이다. 중국 게임이 아닌 외국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판호 발급을 받는 것은 사드 갈등이 발발하기 전에도 쉽지 않았다.

자국 산업 보호 기조가 강경해서, 원래부터 중국 게임에 비해 외산 게임에 허가를 순순히 내주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게임에 영문이 들어가면 안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제재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호 발급 기간 또한 평균치를 내기는 어렵지만 '속전속결'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드 이슈가 터지면서 원래도 쉽지않았던 판호 발급이 아예 '0'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연내 판호 발급의 물꼬가 다시 트일 수 있을 지 업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가장 속이 탈 게임사들은, 보다 여유를 갖고 사안을 지켜보려는 분위기다. 판호 발급을 대기 중인 타이틀을 둔 한 업체의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도 매출이 나오기 때문에 판호 발급 때문에 크게 마음 고생하면서 조급하게 기다리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판호 발급이 언제쯤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 "(중국 외에) 다른 국가의 서비스 계획도 있으므로,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한 게임사의 중국 법인 관계자는 "언론에서는 해빙 무드로 훈풍이 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지만, 실제로 드러나는 것이 없어 큰 기대를 갖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 "변수 많은 시장…중국발 외풍도 안심 금물"

신규 판호 발급 중단 사태가 장기화되며, 한·중 해빙 무드에 따라 '사드 보복'이 한풀 꺾일지라도 국내 업체들이 또 다른 몽니를 대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재홍 숭실대학교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중국이 워낙에 변수가 많은 나라라서 (판호 발급이 즉각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면서 "상황이 좋아지는 것은 반갑지만, 또 다른 시장을 적극 탐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과 관련해 또 다른 악재를 맞았을 때, 타격을 입지 않도록 대비한 뒤에 진정한 사드 해빙 국면을 기다리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취지의 설명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대비하고서 사드 완화를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인도, 동남아 등 시장을 더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국내 게임업계에서 '중국발 외풍' 또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17일 국내 출시된 '붕괴 3rd'는 중국 개발사 미호요가 제작한 모바일 게임으로, '중국산 미소녀 게임'으로 알려지며 인기를 얻었다. 붕괴 3rd는 국내에서 흔한 자동전투 기반의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나, 캐릭터 성장에 뽑기가 필수적인 게임과 달리 지나치지 않은 과금 요소와 게임 본연의 재미로 호평을 받고 있다. 붕괴 3rd를 비롯해 국내 구글플레이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열혈강호 for kakao', '소녀전선' 등은 중국 게임사가 개발한 게임이다.

열혈강호 for kakao의 경우 국내 IP를 활용해 중국 업체가 개발한 게임이다. 중국산 게임들이 국내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중국 게임사들의 개발력이 눈부시게 성장하면서 국내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중국 시장의 장벽은 더욱 더 높아져가는 반면, 국내에서는 중국 게임으로 국내 이용자가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판호 발급은 일단 기다려볼 수 밖에 없고,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 중국 게임의 인기까지 늘어나면서 고민이 깊어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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