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감서 게임업계에 대한 시선 달라졌다는 평…열악 근로환경 등은 질타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불과 4년 전, 국회에서는 게임을 알코올,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 물질로 규정하고 국가가 이를 통합 관리해 중독을 예방한다는 '중독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4대 중독관리법)이 발의된 바 있다. 당시 4대 중독관리법은 게임산업 옥죄기라는 비난에 직면하고 19대 국회가 종료되며 폐기됐지만, 게임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인식 수준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 9년 동안 게임산업은 다양한 규제에 가로막혀 암흑기를 지냈는데, 새 정부 들어서는 훈풍이 불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과거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게임의 사행성과 중독 등 이슈를 들어 마녀사냥식 게임규제가 반복됐다.

이 때문에 매년 국감 시즌마다 관성적인 '게임 때리기'로 인한 업계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 그러나 새 정부 이후 게임산업에 대한 국회의 시각도 확실히 따뜻해진 모양새다.

매년 국감서 거듭된 '게임 때리기' 종식?

국내 게임산업의 역사는 불과 20여년 남짓으로 여겨진다. 시장 형성에 이어 본격적으로 성장기에 접어든 2000년대에는 PC방과 함께 온라인게임산업의 몸집이 급격히 불어났다. 2010년대 들어서는 스마트폰의 발전과 함께 모바일 게임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전체 게임산업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한국 게임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기준 11조원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대기업 중심의 시장으로 흘러가는 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확률형 아이템 논란, 강도 높은 근로환경, 강제적 셧다운제 완화 등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팽팽하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 등 16개 기관의 국감을 실시하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게임산업에 대한 '송곳 국감'을 펼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지난 12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가운데, 게임산업 관련해서는 과도한 노동환경이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감에는 직원 과로사 논란이 불거졌던 넷마블게임즈의 서장원 부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넷마블은 작년 11월 한 직원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하며 과로사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또한 야근을 한 직원들에게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초과근로 임금을 지급하고 추가 2년치 지급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신규 채용 인력을 확대할 것을 제안하며 직원 과로사 논란 및 연장근로 수당 미지급과 관련해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이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홍영표 환노위원장도 "10대 주식 부자인 방준혁 의장이 직원들 푼돈을 가지고 부끄럽지 않으냐"고 질타했다.

지난 9월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게임포럼 출범식 현장. 사진=연합뉴스

올해 국감에서 열악한 근로환경이 집중 포화를 받았지만, 게임업계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보디도 진흥에 초점을 맞추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많다. 우선, 교문위는 이번 국감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 때문에 게임 업계에 대한 이슈를 대대적으로 다룰 공산이 적다. 아울러 새 정부 들어 친(親)게임산업 행보가 이어지며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여야가 함께 게임업계에 대한 진흥에 한 목소리를 내며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국회에서는 여야의원 4명이 힘을 합쳐 게임 산업 발전과 인식 개선을 위해 시작된 '대한민국 게임포럼'을 발족했다. 포럼 출범과 관련해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와 진흥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게임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들의 정계진출이 잇따르며 게임산업의 규제 완화와 진흥에 대한 염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 e스포츠협회장 출신인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해,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블루홀의 창업자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게임업체 웹젠의 최대주주로, 문재인 정부에서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한편, 올해 국감에서 3N(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의 수장들은 일제히 증인에서 제외됐다.

앞서 언급한 12일 환노위 고용부 국감에서도 직원 과로사 논란이 불거졌던 넷마블에서 방준혁 의장 대신 서장원 부사장이 증인석에 섰다. 이와 관련해, 게임산업이 어느정도 성숙해졌고 국민적 관심도 커진 상황에서 대표적인 인물들의 증인 채택이 불발된 데 대한 아쉬움도 감지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에서는 은둔형 스타일을 고수하는 경영자들이 적지 않다"며 "나오지 않았다고 무조건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목소리를 냈어도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인을 향한 '호통국감'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고위자들의 증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개선이 시작됐거나 대책안을 내놓은 문제를 끄집어내며 호통을 치는 등, 소위 '욕받이'가 될 수도 있는 자리에 가지 않았다고 비난 받을 책무는 없다"고 말했다.

사진=유토이미지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