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사장 "차기작 갤럭시S8, MWC에서는 공개 안 할 것"

"배터리 공급사에 책임 지우지 않을 것…세트 제조사의 책임"

23일 서초사옥에서 진행된 '갤럭시노트7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고동진 사장.사진=고은결 기자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지난해 발화 사태가 불거졌던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이 '배터리 자체 결함'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8월 2일 미국 뉴욕에서 공개된 뒤 화려한 신기술로 극찬을 받은 갤럭시노트7은 같은 달 19일 한국과 미국 등 시장에서 정식 출시됐다. 그러나 같은 달 24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에 국내 발화 추정 사례가 공개되며 악몽이 시작됐다.

해외에서도 발화로 그을린 제품의 영상이 올라왔다. 삼성전자는 결국 그해 9월 2일 배터리 결함을 공식 확인하고 전량 교환을 발표했다. 1차 리콜 이후에도 발화 사태가 이어지며 갤럭시노트7은 10월 11일 결국 단종됐다. 석달 여가 지난 23일 드디어 갤럭시노트7의 발화원인 조사 결과 공식 발표가 진행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강남 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에서 '갤럭시노트7 프레스 컨퍼러스'를 개최하고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과 제품 안전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조사 결과, 갤럭시노트7의 소손 원인은 배터리 자체 결함이라고 밝히며 재발 방지 대책에 심혈을 기울였음을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별도로 조사를 진행한 미국 안전인증 회사 UL 등 해외 조사기관에서도 배터리 결함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갤럭시 수장'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노트7 같은 플래그십 모델에는 약 1000개 정도의 부품이 들어가고 동일 부품을 제외하면 약 400개 부품으로 압축된다"라며 "이 400개 부품을 세트 제조사로써 공급받으려면 약 450개의 1차 협력사와 일한다"고 밝혔다.

고동진 사장은 이어 "협력사들은 우리와 다른 모델에서도 함께 일하고 앞으로도 함께 일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세트 메이커로서 어떠한 부품이 들어오든 검증을 제대로 못한 포괄적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고 밝혔다. 즉, 모든 것은 최종적인 책임을 진 삼성전자의 불찰이며 협력사에 법적 책임을 묻는 등 책임을 지울 일은 없다는 설명이다.

사진=데일리한국 자료사진
노트7 사태로 인한 소비자 불신 해소될까

삼성전자는 차기작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과 우려를 완전히 해소시키기 위해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을 공개한 뒤 다각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천명했다. 삼성전자는 안전·내구성 검사부터 외관 검사, 해체 검사 등 8가지 배터리 검사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배터리 안전 설계 기준을 강화했다. 아울러 핵심 부품의 설계와 검증 등을 전담하는 '부품 전문팀'을 구성하고 제품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자문단도 꾸렸다. 이를 통해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다중 안전장치를 보강하고 선제적으로 위험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종합적인 방안을 내놓은 삼성전자는 차기작인 갤럭시S8 시리즈의 출시를 앞둔 상황이다. 배터리 발화 등의 문제가 불거진 갤럭시노트7이 단종됐음에도 불구,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차기작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지난해 리콜 사태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안전성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고개를 돌린 소비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고동진 사장은 "결론적으로 갤럭시노트7의 소손 원인은 배터리에 있었다"라며 "하지만 혁신적인 노트7를 만들기 위해서 배터리 사양 목표를 삼성전자가 제시했으며 배터리 설계와 제조 공정 상의 문제점을 제품 출시 전에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이어 "그 어느 때보다 더 여러분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다시 한 번 뛰는 삼성전자가 되겠다"라며 "소비자 여러분들께 무한한 가능성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제품 안전성에 있어서도 새로운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공개했다. 이는 갤럭시노트7의 여파를 올해 실적에는 끌어오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앞서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에 따른 직·간접 손실을 약 7조 원으로 추산했다.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단종 사태로 입은 타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갤럭시S8의 선전이 필수적이다. 혁신적인 기능 외에 안전성 측면에서도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차기작인 갤럭시S8은 삼성전자가 매년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공개해온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공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S8의 발표 시점은 최종 조율 중이며 MWC에서는 발표하지 않는다”라며 “갤럭시노트7에서 많은 실망감을 안겼고 불편함을 끼쳤는데, 의미있는 혁신을 통해 갤럭시S8으로 소비자를 찾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사장은 또한 "(갤럭시노트7와 관련한) 내부 분석은 11월에 마무리됐으며, 제3자 전문기관의 평가는 1월 10일 전후로 마무리됐다"라며 "지난 3~4개월이 짧은 시간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상당히 긴 시간이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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