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통신업계, SKT-CJ헬로비전 합병 무산에 들썩

미래 먹거리 발굴 본격화 … 플랫폼·5G·IoT서 속도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올 한 해 굵직한 대형 이슈가 산적했던 국내 통신업계는 내년 신사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힘쓸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몇 년 간 이동통신사들은 5세대(5G) 통신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전방위한 정보통신기술(ITC) 분야에 뛰어들며 신성장동력을 부지런히 모색해왔다. 새로운 엔진을 찾아 나선 통신 3사의 격렬했던 올해를 되짚고 한층 외연이 확장될 내년을 전망해본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의 주요 수익성 지표로 여겨지는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는 상승곡선과 멀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의 올해 3분기 ARPU는 3만5471원으로 지난해 3분기부터 4분기 연속 감소세다. KT의 3분기 ARPU는 3만6298원으로 지난 1년 간 등락을 거듭해왔다.

LG유플러스의 3분기 ARPU도 전년 대비 감소한 3만5845원을 기록했다. 이통사들은 ARPU 제고에 힘 쓰는 한편 사업 외연 확장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올해 방송통신시장의 최대 화두였던 SK텔레콤-CJ헬로비전 간 인수합병 시도는 결국 불발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통신 시장의 최대 화두는 수익 저하에 직면한 통신사와 케이블TV 업체 간 ‘빅딜’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불발을 꼽을 수 있다. 각 업계의 1위 간 만남으로 더욱 주목받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 시도는 지난 7월 28일 정부가 심사 종결을 선언하며 공식적으로 마무리가 됐다.

현행 법규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기업결합을 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모두 조건부 승인 이상의 판정을 받아야 했다. 이중 첫 관문인 공정위가 M&A 불허 결정을 내리며 빅딜의 가능성은 봉쇄되고 말았다.

당시 공정위는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가 합병하면 CJ헬로비전의 23개 방송구역 중 21곳에서 점유율 1위가 돼 정상적 경쟁이 제한받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주요 경쟁자가 사라져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 요금 인상 가능성이 오를 것으로 봤다.

공정위는 아울러 양사의 합병에 따른 통신시장의 독·과점 폐해를 우려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 가입자를 상대로 판촉·광고를 펼쳐 통신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일 공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SK텔레콤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 거센 반대를 펼친 경쟁사 KT와 LG유플러스는 공정위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합병이 불발된 이후 미디어 전략의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 회사의 최근 인사를 살펴보면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된 박정호 SK텔레콤 신임 사장은 통신을 비롯해 미디어, 플랫폼, 반도체 등 ICT분야의 융합으로 변화를 주도할 인물로 평가받는다. 박 신임 사장은 특히 인수합병 분야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방송·통신 분야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인 업계는 하반기 이후 미래 먹거리 공략에 더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선 SK텔레콤은 AI와 플랫폼에, 평창올림픽에서 세계 최초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인 KT는 5G 분야에, 가정용 사물인터넷(IoT)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LG유플러스는 IoT 사업에 각각 주력하고 있다. 전통적인 통신망 사업이 성장 절벽에 부딪히며 일제히 '탈(脫)통신' 혹은 '신사업' 구호를 외치는 모양새다.

올 한 해 플랫폼 사업에 속도를 낸 SK텔레콤은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을 무료 개방하고 SK커뮤니케이션즈의 완전자회사 편입을 추진하는 등의 행보를 보여왔다.

이동통신 사업의 성장 둔화를 외면하지 않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며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9월 출시한 음성인식 AI 스피커 '누구'를 통해서는 생활 AI 플랫폼을 선보일 방침이다.

올해 최대 성과로 차세대 이동통신인 5G와 기가인터넷을 꼽은 KT는 2017년에도 꾸준히 해당 분야에서 속도를 낼 전망이다. KT 기가인터넷은 출시 1년11개월만에 가입자 200만을 달성했다.

이 회사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일 5G 이동통신 시범 서비스를 위한 통신망을 내년 9월까지 구축한다고 공언했다. KT는 특히 5G 표준화를 선도하고 글로벌 통신장비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점유율을 5G 기준 20%로 끌어올리는데 앞장선다는 포부다.

LG유플러스는 내년 홈 사물인터넷 가입자 목표를 100만 가구로 설정하고 IoT 시장의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할 방침이다. 아울러 내년 말까지 NB-IoT(협대역 사물인터넷) 전국망을 구축해 IoT 사업을 가속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홈 IoT를 비롯해 산업용 IoT·공공 IoT 서비스 분야의 공략에도 불을 댕길 계획이다.

또한 권영수 부회장이 내년 1월 세계 최대의 전자쇼 'CES 2017'의 현장을 직접 찾을 것으로 전해지며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및 또 다른 신사업 아이디어를 적극 모색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사물인터넷 시대 진입에 앞서 통신 3사는 IoT 기술 주도권을 놓고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 진영으로 나뉘었다. SK텔레콤이 IoT 전용망 기술 중 하나인 로라(LoRa)를 통해 전국망을 구축한 가운데 KT와 LG유플러스는 NB-IoT 기술 상용화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KT와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의 독주에 대응하려 이례적으로 동맹을 맺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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