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통신 시장, 인공지능 비서 출시 '봇물'

스마트폰에 탑재되거나 가정용 기기 형태로 나와

국내서는 SK텔레콤, 네이버 등이 초기 시장 진입

사진=유토이미지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올 상반기 ‘세기의 대결’로 불린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프로바둑기사 이세돌의 대국이 남긴 것 중 하나는 구글의 AI 기술력에 대한 경외심이었다. 많은 이들은 이 대국을 지켜보며 공상영화 속 ‘기계의 습격’ 등을 떠올리며 AI가 가져올 디스토피아에 주목하기도 했다.

반 년 여가 지난 현재, 글로벌 업계는 ‘대화형 AI’ 경쟁에 한창이다. 대화형 AI란 단어 그대로 이용자의 지시를 수행하고 정보를 알려주는 AI 서비스를 말한다. 음성을 인식해 실제 비서처럼 업무를 수행하는 대화형 AI는 빠른 속도로 곳곳에 도입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AI가 차세대 핵심 기술로 부상하며 국내외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도 일제히 개발 및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는 축적되는 사용자 경험을 통한 자체적인 학습 '머신러닝(기계학습)' 혹은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한 AI 소프트웨어는 다양한 하드웨어에 심을 수 있어 영역 확장이 빠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지난 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비브 랩스 경영진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1실장 이인종 부사장(오른쪽)이 기자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손 안의 가상비서’ 전쟁

“우리 아이들은 ‘인터넷 없이 어떻게 사셨어요?’라고 물어보지만, 미래 다음 세대는 ‘AI 없이 어떻게 사셨어요?’ 라고 물어볼 것이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미국의 AI 플랫폼 개발사인 비브랩스의 키틀로스 CEO는 지난 6일 삼성전자에 방문했을 당시 이 같이 말했다. 스마트폰은 AI가 우리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잡았음을 느끼게 할 접점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은 비브랩스를 인수해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8에 음성인식 AI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로 곤욕을 치른 삼성전자가 자존심 회복을 위한 카드로 AI를 택한 것이다.

갤럭시S8에 탑재될 음성인식 AI는 2011년에 출시된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Siri)’처럼 사용자의 음성을 통해 지시를 하는 대화형 서비스다. 키틀로스 비브랩스 CEO는 시리의 개발자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을 시작으로 자사의 기기와 서비스를 대화형 서비스에 연결할 계획이다. 아울러 비브랩스의 개방형 AI 플랫폼을 통해 외부 개발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개방형 생태계 구축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갤럭시S8에 탑재되는 비브의 플랫폼은 우선 삼성전자의 가전 제품에만 개방된다.

팀 쿡 애플 CEO. 사진=연합뉴스

애플 또한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AI 기술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팀 쿡 애플 CEO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시리를 ‘아이폰의 미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011년 출시된 아이폰4S 이후부터 적용된 시리는 미국 아이폰 사용자 중 사용 경험이 있는 이들의 비율이 98%에 달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다만 시리는 타사의 AI 비서를 압도할 수준의 성능은 아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 ‘픽셀폰’ 시리즈를 내놓은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는 현존하는 관련 서비스 중 기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호평 받는다.

구글의 첫 자체 스마트폰인 픽셀폰 시리즈는 '구글 어시스턴트' 소프트웨어를 담을 그릇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지난 달 구글 어시스턴트를 소개하며 컴퓨팅의 메인 스트림이 10년 주기로 변했다고 지적하며 현재는 ‘모바일 퍼스트’에서 ‘AI 퍼스트’로 이동 중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구글 홈. 사진=구글 제공

가정의 미래도 AI로

앞으로는 거실 소파에 누워 말 한마디로 집 안에 음악이 흐르게 하거나 세탁기를 돌리는 풍경이 자연스러워질 전망이다. 가상비서 경쟁은 스마트홈 부문에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구글은 지난 4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시장에서 가정용 가상 비서 ‘구글 홈’의 시판에 돌입했다. 구글 홈은 음성 명령으로 작동하는 인공지능 무선 스피커다.

업계는 인공지능 비서 역할을 하는 무선 스피커 시장은 오는 2020년 21억 달러(약 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존의 무선 스피커 에코는 일찌감치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구글 홈과 에코는 기본적인 정보 탐색부터 가전을 제어하는 집사 기능까지 수행한다. 구글 홈은 음악 듣기와 구글을 통한 검색, 일정 관리 등의 기능을 제공하며 에코는 아마존으로 바로 연동돼 쇼핑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사진=SK텔레콤 출시
스마트 스피커가 스마트홈의 허브로 안착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지난 9월 무선 스피커 ‘누구’를 선보였다. AI 기반 음성인식 스피커 ‘누구’는 가전기기 제어부터 음악 추천 및 재생, 날씨 등 정보 안내, 스마트폰 위치 찾기 등 편의를 제공한다. '누구'는 한국말을 인식하는 최초의 AI 비서 서비스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은 통신 분야 외에 인공지능, 스마트홈 등 차세대 성장 동력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회사측은 향후 인터넷 쇼핑 등 커머스, 인터넷 라디오 재생같은 미디어 기능 등을 순차적으로 ‘누구’에 반영하고 고도화할 계획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SK텔레콤 외에 네이버가 AI 엔진을 공개했다. 지난 달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 2016’에서 송창현 네이버 CTO는 대화형 AI 엔진 ‘아미카’를 선보였다.

네이버에 따르면 아미카는 다양한 파트너사의 애플리케이션이나 스마트카 등 하드웨어에 도입될 수 있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음성인식 AI 비서 ‘코타나’의 국내 출시 가능성도 타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음성인식 AI 생태계 구축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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