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날개로 소용돌이 발생, 비행능력 2배 향상 밝혀내

25% 이하 전진비에서 안정적인 소용돌이(왼쪽)와 25% 이상 전진비에서 깨지는 소용돌이(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국내 연구진이 곤충 날갯짓을 모사한 로봇을 개발해 곤충이 비행 성능을 높이는 원리를 밝혀내 생체 모방형 차세대 드론과 무인기 개발에 희소식을 안겨주고 있다.

10일 한국연구재단은 한국항공대 장조원 교수 연구팀이 제자리 비행에 능숙한 ‘박각시 나방’과 유사한 5배 크기의 날갯짓 로봇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곤충 날개가 만들어내는 소용돌이가 비행 성능을 2배 가량 향상시킨다는 것도 밝혀냈다.

앞서 소용돌이를 유지하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곤충의 크기가 작고 날갯짓이 빨라서 실험이 쉽지 않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구팀은 실제 곤충 비행 환경과 동일하도록 주위를 공기보다 밀도가 높은 물로 채웠고 로봇 모델이 곤충 날갯짓에 비해 250배 느리게 움직이면서도 10배 가량 증폭된 힘을 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어 로봇 모델의 전진 속도에 따른 힘의 변화와 날개 주위로 발생하는 소용돌이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소용돌이가 유지되는 정도가 곤충의 최대 비행 속도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 날갯짓이 만드는 소용돌이는 양력(공중에 뜨게 하는 힘)의 세기도 2배 가까이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곤충이 선호하는 비행속도가 날갯짓 속도의 25% 이하 수준에서 결정되는 이유를 처음으로 밝혀냈다.

곤충은 비행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전진비'(advance ratio·전진 속도 대비 날갯짓 속도)를 택하는데, 날갯짓 속도보다 앞으로 나가는 속도가 25% 이상으로 높으면 안정적인 소용돌이 구조가 무너진다.

이밖에도 연구팀은 곤충 날개의 가로세로 형상이 소용돌이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다. 진화된 곤충일수록 날개의 가로와 세로 비율이 3대 1에 가깝고, 이 같은 날개 형상에서 안정된 소용돌이와 큰 공기력이 만들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또한 날개 면적이 넓은 경우에는 날개 끝에서, 날개 면적이 좁은 경우에는 가슴에 붙어 있는 날개 뿌리에서 소용돌이가 생성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곤충 비행에서 최적의 비행속도 영역과 최적의 가로세로 날개 형상이 있다는 것으로 처음으로 규명한 연구로, 생체 모방형 차세대 드론과 차세대 무인기 날개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의 지원을 받았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유체역학저널'(Journal of Fluid Mechanics) 지난 3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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