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노트7'-LG '드럼세탁기' 등 위기때 변명보다 정공법 유효

오너 문제 그룹전체로 확대시키기 보다는 '무대응 전략' 선택하기도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기업환경과 산적한 변수 속에서 위기와 기회가 어떻게 뒤엉켜 어떤 모습으로 현실속으로 튀어나올지 가늠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IT업계 또한 반복되는 호재와 악재 속에서 시장을 키워가는 가운데, 위기에 대처하는 주요 기업들의 '태도'에 새삼 관심이 쏠린다.

기업의 위기 관리는 회사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를 좌우하는 주요 수단으로 여겨진다. 특히 인터넷 환경이 빠르게 발달하고 소셜미디어가 급성장함에 따라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리콜’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는 했지만 최악의 사태는 면하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또한 사태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해석돼 리콜 사태 해결에 간접적으로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결과적으로 그룹의 위기관리에 선방했다는 평이다. 삼성전자의 사례를 비롯해 많은 회사들은 위기 상황 시 장기적인 이미지와 소비자 신뢰 등을 종합한 판단을 내리게 된다.

지난 2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진행된 갤럭시노트7 관련 긴급브리핑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리콜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정공법으로 쇄신 총력

보통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문제를 발견했을 때 취할 수 있는 최선은 결국 적극적인 사후 조치와 사과로 압축된다. 지난 2일 삼성의 갤럭시노트7의 리콜 결정은 많은 이들에게 1995년의 ‘애니콜 화형식’의 기억을 되살렸다.

앞서 삼성은 1994년 10월 애니콜의 첫 제품 SH-770으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였음에도 불구, 10%가 넘는 불량률로 원성을 샀다.

이에 이건희 회장은 새 제품 교환에 이어 회수된 15만 대를 불태울 것을 지시했고, 결국 이듬해 구미공장에서는 초유의 화형식이 거행됐다.

이 일은 결국 삼성의 ‘품질경영’을 뿌리내린 밑거름이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LG전자 또한 2010년시 불거진 드럼세탁기 관련 사고에 특단의 대책을 내렸다.

당시 드럼세탁기 내에 어린아이가 갇혀 죽는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자 LG전자는 세탁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고 변명하기 보다는 105만대 세탁기의 잠금장치 리콜을 실시했다. 이어 세탁기 안전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로 사태 수습에 성공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기업들의 결함 제품에 대한 자진리콜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리콜 유형 중 자진리콜은 2013년 263건, 2014년 339건에 이어 지난해 536건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소비자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난 것 외에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결합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콘텐츠 업계에서도 예상치 못한 변수로 나름의 결단을 내린 회사가 적지 않았다. 넥슨은 지난 29일 1인칭슈팅게임(FPS) '서든어택2'를 출시 86일 만에 서비스 종료했다. 넥슨은 하반기 기대작이었던 '서든어택2'가 여성 캐릭터 선정성 논란부터 게임성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결국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일부 유료 웹툰 업체들도 지난 여름,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활동하는 작가 일부의 언행을 문제 삼는 독자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해당 작가들을 퇴출시켜 이목을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 업계를 휩쓴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특정 업체가 발빠른 조치로 좋은 이미지를 얻었다"고 평했다.

사진=유토이미지

오너리스크에는…‘쉿?’

구차한 변명보다는 솔직한 인정과 빠른 대처야말로 위기관리의 모범 답안이다. 그러나 기업의 최정점에 있는 오너가 엮인 문제에서는 여전히 소극적인 대처 방식이 최선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입장 발표를 최대한 자제하며 자연스러운 논란 종식을 유도한 사례도 적지 않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대부분 오너의 존재감이 강력하다. 책임경영을 통한 카리스마와 영향력을 드러내는게 한국식 오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오너리스크 발생 시 기업 또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정 기업과 오너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것은 공공연한 인식이다.

실제로 잡코리아가 남녀 대학생 950여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최대 요인으로는 ‘그룹 대표의 이미지와 성향’(38.2%)이 꼽혔다.

다양한 사업 부문을 거느린 주요 대기업 외에 게임사 등 IT업계의 대표 기업들도 오너 및 창업주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넥슨의 경우, 넥슨재팬의 오웬 마호니 대표와 넥슨코리아의 박지원 대표를 두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음에도 창업주인 김정주 NXC 회장이 여전히 ‘얼굴’로 여겨진다.

이는 넥슨 지주사인 NXC가 넥슨재팬을 지배하고 넥슨재팬이 넥슨코리아를 지배하는 지배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 회장이 NXC 지분의 최대주주인만큼, 결국 그룹의 꼭짓점인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너 및 최고경영자(CEO) 개인의 일탈에 대해서는 그룹 차원의 대응을 자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인식도 팽배하다. 기업들은 보통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면 위기 발생과 사태 회복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인다. 하지만 회사의 주인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전략적인 침묵이 오히려 약이라는 것이다.

모대학의 한 교수는 "일각에서는 CEO 개인의 문제에 대해 외부의 공격에 일일히 방어하지 않는게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는 그룹 차원의 대응이 오히려 이슈화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의 문제를 그룹 자체의 문제로 전이시키지 않기 위한 무시 전략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요 그룹의 한 관계자는 "그룹 입장에서는 호의적인 기사보다도 '비보도'가 좋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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