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때늦은 모바일 적응이 패착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과거 인터넷 서비스의 대명사였던 야후가 결국 인터넷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R) 등 외신에 따르면 야후 이사회는 인터넷 사업과 부동산을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에 48억 달러(약 5조5000억 원)에 넘기기로 했다. 야후는 핵심 사업을 매각함에 따라 중국 알리바바와 야후 재팬의 지분 등 약 410억 달러의 자산만 남는다.

1994년 스탠퍼드 대학원생 2명이 창업한 웹사이트 디렉토리 서비스로 시작했으며 검색, 이메일 등 무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수익 모델로 페이지 광고를 채택한 야후는 인터넷의 시작페이지로 자리잡으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다.

그러나 구글의 등장에 이은 소셜 미디어의 출범은 야후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야후가 한참 잘나갈 때 등장한 구글은 야후가 언제든지 집어삼킬 수 있는 스타트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두 기업의 노선과 그 결과는 완벽히 갈렸다.

검색에만 집중한 구글과 달리 야후는 콘텐츠 회사로 변신을 선택했다. 야후는 2000년대 중반부터 웹 포털보다도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 서비스가 호응을 받으며 점차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 사이 구글은 막강한 검색엔진 경쟁력을 통해 독보적인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때부터 야후는 'CEO의 무덤'으로 불렸다. 2007년 두번째 CEO 테리 세맬이 물러나고 공동창업자인 양이 취임했지만 양 CEO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며 주주들의 공분을 샀다. 뒤이어 2명의 CEO들을 줄줄이 떠나보낸 야후는 구글의 임원이었던 마리사 메이어를 기용했다.

글로벌 IT업계의 '엄친딸'로 불린 메이어 또한 야후의 구원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메이어는 검색엔진 분야에 1000명을 배치했고 비디오 콘텐츠 제작, 다양한 주제의 '디지털 매거진' 등을 추진했다. 여기에 텀블러 등 수십 개 기업을 사들였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메이어가 선택과 집중에 약한 야후의 문제점을 고치는데 실패했다고 평했다. 야후의 패착은 모호해진 정체성과 기민하지 못했던 모바일 대응으로 꼽힌다.

갈피를 못잡은 야후는 끊임없는 실적 부진에 시달렸고, 헤지펀드는 주력 사업을 매각할 것을 종용했다. 결국 인수전을 거쳐 야후는 버라이즌에 인터넷 사업을 넘기기로 확정했다.

1990년대 인터넷 서비스의 상징인 야후를 끌어안은 버라이즌은 앞서 아메리카 온라인(AOL)을 인수하는 등 디지털 광고 시장에 욕심내고 있는 상황이다. 버라이즌은 야후 인터넷 사업을 사들임으로써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사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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