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종사업으로 바이오의약 선정, 신약·바이오시밀러 위탁생산 1위 목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양날개 삼아 글로벌1위 목표 '비행'

국내외 벤처와 협업, 블로버스터 신약 개발이 '바이오 삼성' 도약 관건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내부 모습.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 삼성의 축①-삼성바이오로직스

2010년 5대 신수종사업 선정에 바이오의약이 포함된 이후 가시적인 ‘바이오 삼성 플랜(plan)’의 작품은 2011~2012년 잇따라 설립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신약 및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는 바이오의약 제조기업이고, 삼상바이오에피스는 로직스의 생산에 필요한 바이오 신약과 바이오시밀러를 연구개발하는 R&D전문기업이다.

따라서, 현재 삼성이 주력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도 에피스쪽에서 연구개발해 만든 물질을 국내외 제약사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생산라인을 통해 양산하며 산업적, 경제적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삼성의 바이오의약산업 전략은 ‘초격차주의’로 압축할 수 있다. 글로벌 바이오의약사들과 벌어진 기술과 인프라의 격차를 최단기에 따라잡아 ‘세계 1위’에 오르고, 정상에 오른 뒤에는 지속적이고 혁신적인 R&D에 집중해 2위 등 경쟁업체가 추월할 수 없는 ‘초격차’를 벌인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투자(통합 지분률 99.98%)로 세워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룹 전략에 따라, ‘품질-스피드-가격’ 세 경쟁요소에서 ‘초격차’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설립 뒤 2년만에 3만ℓ 규모의 첫 상업생산에 들어간 제1공장은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단 한 건의 품질 결점을 지적받지 않고 제조승인을 획득하고 100%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글로벌 바이오의약사들의 바이오시밀러 양산 능력 20만~30만ℓ와 경쟁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 올 2월 15만ℓ 규모의 제2공장의 추가 가동에 들어갔다.

이어 지난해 11월 인천 송도에 18만ℓ 규모의 제3공장도 착공하면서, 완공시점인 오는 2018년에는 전체 생산능력 36만ℓ를 확보했다. 이로써 바이오의약품 CMO(위탁생산기업) 글로벌 1위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CMO 순위는 현재 독일 베링거인겔하임(30만ℓ), 스위스 론자(28만ℓ)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8만ℓ로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바이오의약의 후발주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설립 4년만에 글로벌 바이오의약 CMO 3위로 도약할 수 있었던 최대 요인으로 ‘원가경쟁력’을 꼽는다.

삼성증권은 기업보고서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독자적인 최신 cGMP(제조 및 품질 관리) 설계기법으로 제2공장 건설기간을 단축해 투자비를 대폭 절감시켰다”고 평가했다.

즉, 15만ℓ 규모의 인프라 공사에 총 7억 달러가 소요됐는데, 이는 비슷한 시기에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가 세운 9만ℓ 규모의 아일랜드 동물세포배양 설비 비용 9억 달러와 비교해 단위설비 규모당 투자비가 절반이하에 해당한다고 삼성증권은 설명했다.

이처럼 미FDA의 ‘무결점’ 품질인증에 낮은 원가경쟁력을 인정받으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3년 BMS와 항암치료제인 후기흑색종 치료 바이오항체의약품 ‘예르보이(Yervoy)’의 미국 외 시장 판매분에 대한 10년 생산계약을, 세계 1위 바이오의약사 로슈(Roche)와 단일클론항체 의약품 장기생산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글로벌 수준의 인프라 구축을 발판으로 삼성이 오는 2020년께 글로벌 바이오의약시장 1위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배양기 모습.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 삼성의 축②-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조 공장이라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를 주축으로 한 바이오의약 관련 제품의 개발과 상용화를 만들어내는 연구시설로서 삼성 바이오의약 사업의 양대 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투자(지분 90.3%)와 글로벌 바이오기술업체 바이오젠아이덱(Biogen Idec. 지분 8.8%)의 마케팅이 결합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사업 모델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이다.

특허 만료가 끝난 글로벌 신약을 대체할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전 과정, 즉 전임상·임상시험·공정·개발·제조·등록까지 담당한다. 이 바이오시밀러를 바이오젠아이덱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하고, 국내외 의약당국의 승인을 거쳐 마케팅·판매하는 업무는 바이오젠아이덱이 전담 수행한다.

‘바이오 삼성’의 청사진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달려있는 이유는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수반되는 금전적, 시간적 리스크 요소 때문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 개발의 경우 제품 1개당 개발비가 2000억~2500억원 가량 투입되고, R&D기간도 6~7년으로 추산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의 성패는 회사 전체의 실적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대신에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아 고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바이오시밀러 개발 파이프라인을 6개 운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6개 가운데 임상3상 단계인 2개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4개는 국내외 판매허가를 받았거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SB4), 같은 치료제인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SB2)SMS DLAL 올해 1월과 5월 각각 유럽판매 허가를 받았다.

또다른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인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SB5), 미국 제약사 머크샤프&돔(MSD)가 공동투자한 인슐린 바이오시밀러(SB9)는 유럽의약국(EMA)에 판매허가를 신청한 상태이다.

인슐린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유럽판매허가가 떨어지면 글로벌제약사 머크(Merck)와 손잡고 유럽 당뇨병 치료제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난소암 치료제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 등 2개 제품은 임상3상 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회사측은 밝혔다.

‘바이오 삼성’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삼성바이오로직스 연내 상장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4월 “2016년 중에 유가증권시장인 코스피(KOSPI)에 상장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사회에서도 연내 코스피 상장추진을 추인했다.

2011년 설립 뒤 4년만에 세계 3위의 바이오의약 CMO(위탁생산업체) 기업으로 성장한 것을 계기로 명실상부 글로벌 바이오의약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삼성그룹의 ‘바이오 삼성’ 포부를 천명한 것으로 재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공개(IPO)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올 3분기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4분기 안에 상장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공모금액과 예상 시가총액이다.

업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모금액을 최소 2조~3조원으로 예상한다. 또한 예상 시가총액도 10조원 이상으로 전망한다.

KB투자증권이 추산한 시가총액 10조원은 오는 2030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잉여현금흐름(FCF)이 29억 달러(약 3조 3800억원)에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출자지분의 50% 가치를 합친 수치다.

또한 글로벌 바이오의약 2위기업 론자의 시가총액이 약 10조원 규모라는 점도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올해 IPO시장에서 최대어로 지목받았던 호텔롯데가 최근 비자금 수사로 상장을 철회함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또다른 IPO 기대주인 두산밥캣과 함께 ‘최고의 투자대상’으로 프리미엄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점도 있다.

일각에서는 ‘고평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에 내놓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전체 지분의 공정가치가 6조 9000억원이라는 점에서다.

2015년 말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기자본은 2조 7748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 9201억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은 투자자에게만 의미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51%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이 오는 2020년 1조원에 육박하는 95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은 912억으로, 4년 뒤 10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자체적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연내 IPO를 통해 수조원대의 자금이 확보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4공장 증설(2020년 완공 계획) 자금에 투입하는 등 ‘바이오 삼성’의 글로벌 일류를 조기 구현하는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가 본 ‘바이오 삼성’-KB인베스트먼트 신정섭 벤처2본부장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벤처2본부장. 사진=KB인베스트먼트
“현재 바이오의약 시장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살펴보면, 바이오벤처가 신약을 발견하면 다국적제약사가 받아서 임상실험을 거쳐 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보니 바이오의약 시장은 다국적제약사가 신약을 직접 개발하는게 아니라 벤처의 신약 기술을 받아 간접개발하는 비중이 60% 정도 차지한다.”

벤처캐피털 KB인베스트먼트에서 바이오 전문 투자심사역을 맡고 있는 신정섭 벤처2본부장은 글로벌 바이오의약 시장의 현황을 언급하면서 우리나라의 열악한 상황을 설명했다.

“국내에는 기존 제약사 중 글로벌신약을 개발한 사례가 거의 없다. 기껏해야 LG생명과학, 동아제약 정도가 신약개발 사례가 있는데 그것도 둘 다 외국사의 기술 이전을 받아 이뤄진 것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호스트(주체)가 되어 신약개발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따라서 국내 바이오의약산업이 발전하려면 신약기술의 연구개발에서 판매까지 이르는 가치사슬의 생태계를 만드는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신 본부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성장한 한 요인으로 기업인수합병(M&A)을 꼽으면서 우리나라도 M&A를 통한 대형 바이오의약 기업으로 성장과 이를 계기로 매출 1조 5000억원급 블로버스터 신약개발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바이오의약 시장에서 기업 규모를 키워 나가는 건 M&A로 이뤄졌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는 규모 면에서 그 급이 안돼 M&A가 일어나기 거의 어렵다.”

이어 신 본부장은 “또한 국내 제약사들이 M&A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회사의 지배구조상 M&A를 하면 최대주주의 지분이 희석(약화)될 것을 우려하는 경향도 국내 제약사간, 또는 해외제약사와 국내제약사간 M&A를 가로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바이오의약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기술’의 벤처기업과 ‘자본’의 대기업 간 결합의 필요성에 대해 신 본부장은 “시장경제에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앞서 말한 바이오의약의 가치사슬이 벤처와 대기업, 기술과 자본의 융합이라는 완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 대기업의 바이오벤처 독점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관련, “부분적으로 대기업의 독점이나 그에 따른 거래의 불균형성(시장독과점)이 있을 수 있지만 아직 한국의 바이오의약 생태계에선 그 단계까지 이르지 않았다”며 원칙적으로 결합이 나쁘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벤처캐피탈 입장에서 대기업 삼성의 바이오의약, 구체적으로 바이오시밀러사업 참여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신 본부장은 “산업의 가치사슬 측면에서 삼성이 시장에 들어온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고 밝혔다.

인도가 1980년대 복제약 개발로 성장해 람박시, 테바 같은 글로벌급 제약사를 배출하며 인도 제약산업이 크게 성장했음을 예로 들었다.

신정섭 본부장은 “삼성이 단순히 바이오시밀러 시장만 바라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다국적제약사의 신약기술을 이전받아 매출을 일으키려는 전략은 대기업으로서의 전략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신 본부장은 이어 "결국 삼성도 신약개발과 판매하는 가치사슬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인데, 바이오시밀러 단계에서 바이오의약 기술을 쌓고 신약개발로 넘어가는게 자연스런 수순"이라며 "삼성이나 정부, 제약업계 모두 삼성 바이오사업이 혁신적 신약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 단계로 빨리 도달하는 것을 바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근본적으로 자체 신약개발이 급선무인 만큼 삼성이 사업 초기에 많은 바이오벤처들과 협업을 통해 미래신약의 가능성이 높은 파이프라인을 늘리는 동시에 임상을 진행하는 게 ‘바이오 삼성’을 좀더 앞당길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