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배상보다도 북미 진출 염두에 두고 이미지 제고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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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중국의 최대 통신 장비 및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가 작정하고 삼성전자에 특허 소송을 걸었다. 화웨이는 지난 2013년 7월에도 삼성에 특허 침해를 주장했지만 협상에 실패했고 이번에 다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의 이번 소송은 실질적인 배상이 최대 목표는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화웨이의 윌리엄 플러머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협상을 통한 라이선스 관련 분쟁 해결을 언급하며 타협을 강조했다. 화웨이는 현금 배상보다도 북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이미지 제고 및 '크로스 라이선스' 협상 내 우위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화웨이는 최근 중국 내수를 점령한데 이어 세계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을 제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중국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의 위청둥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4월 초 신제품 발표회에서 "향후 4~5년 내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을 뛰어넘어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시장이 열린 뒤 굳혀진 삼성-애플의 양강 구도를 화웨이를 주축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정체되고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부흥하는 가운데 화웨이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16년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순위는 삼성(8190만 대), 애플(5120만 대), 화웨이(2750만 대) 순이다. 삼성은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0.6% 줄었지만 화웨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4% 뛰었다.

화웨이가 이번 소송으로 사업자 간 특허를 공유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협상 내 우위를 점하려는 것도 글로벌 시장 내 영향력 강화와 연관있다. 특허 문제로 글로벌 진출에 고전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중국의 샤오미와 달리 화웨이는 글로벌 기업들과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고 해외 진출 시 발목을 잡는 특허문제를 잠재워왔다. 이미 애플은 화웨이와 특허 교차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연간 수억 달러 규모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업계는 그동안 특허소송의 표적이 되온 중국 업체가 어느덧 소위 '특허괴물'로 발돋움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지적재산권기구의 집계에 따르면 화웨이의 특허신청 건수는 재작년 3442건, 지난해 3989건으로 2년 연속 특허신청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지난해 1683건의 특허신청으로 4위에 올랐다.

화웨이는 또한 연간 10조 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입하며 기술력 향상에 공들이고 있다. 이는 화웨이가 이번 특허전을 통해 기술력을 과시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려 북미 진출의 포석을 쌓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화웨이는 삼성과의 특허전쟁을 남는 장사로 여기는 분위기다.

중국 업계는 이번 소송에서 화웨이의 승산이 클 것으로 보고있다. 화웨이가 미국과 중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만큼 소송 결과의 파급력이 화웨이보다는 삼성에 더 크게 미친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맞소송 등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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