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화당 100~200원 결제하는 유료웹툰, 수백만명 이상 가입자 유치하며 성장 중

사진= 방송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스낵컬처 시대의 ‘시간 루팡’(시간 도둑·괴도 루팡에게 도둑맞은 듯 시간이 금방 간다는 뜻의 신조어)는 단연 웹툰이다. 손가락 하나로 스크롤을 내리며 보는 웹툰은 출판물보다 더욱 보기 쉽고 가독성이 높아 전 연령대에서 인기가 높다.

이런 웹툰 콘텐츠는 대형 포털의 트래픽 증가를 위해 무료로 제공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웹툰만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유료 사이트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유료 플랫폼들이 생겨난 초창기에는 재미난 무료 웹툰이 넘쳐나는데 과연 성공하겠느냐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유료웹툰은 어느새 어엿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레진코믹스, 탑툰 등 상위권 사이트의 국내 가입 계정은 1,000만 개를 바라본다. 유료웹툰 산업은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형태, 간편한 결제 시스템 등의 이유로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유료웹툰, 어디까지 왔나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웹툰 시장의 규모는 약 1,719억 원에 달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5년에는 이보다 1,000억 원 더 늘어난 3,0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오직 콘텐츠만의 힘으로 꾸려가는 유료웹툰 산업은 웹툰에 익숙한 젊은층의 호응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했다. 작품 한 화당 보통 100~200원을 내야 볼 수 있는 유료웹툰 산업이 정착한 지는 만 3년이 되지 않았다. 광고 수입을 얻는 포털과 달리 유료 사이트들은 콘텐츠로 수익을 낸다.

유료 플랫폼의 시초는 시장 1위 업체 ‘레진코믹스’로, 이 회사는 2013년 6월 설립됐다. 이후 탑툰, 짬툰 등 사이트가 속속 등장하며 시장을 키웠다.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유료 플랫폼은 웹툰도 돈을 내고 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대형 포털 또한 웹툰 콘텐츠에 유료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도입했다.

현재 유료웹툰 산업의 상위권 업체 중에는 1,000만 명가량의 회원을 유치한 곳도 있다. 가입 시 주민등록번호 등 자세한 신상정보를 요구하지 않아 중복 계정도 존재한다. 그러나 신규 회원에 특별한 혜택을 주지 않으므로 중복 가입자를 제외해도 실제 회원은 수백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처럼 어마어마한 규모의 가입자를 거느린 사이트는 총 40여 개 사이트 중 상위권 몇 개 업체에 한정된다. 레진코믹스, 탑툰, 짬툰 정도다. 아직은 성장기인 산업인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며 소리 없이 사라지는 곳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웹툰 시장을 상위권 업체들의 독과점 형태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고, 살아남았다고 보는 게 맞다”고 평했다.

유료웹툰 사이트의 가장 큰 경쟁력은 콘텐츠에서 나온다. 무료 웹툰을 제공하는 포털과는 달라야 한다. 때문에 성인 콘텐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포털에서 만나기 어려운 성인물은 유료 플랫폼을 일으킨 주역이다. 그래서 유료웹툰이라 하면 '선정적'이라는 꼬리표도 늘 따라붙는다. 탑툰의 최고 매출 작품은 로맨스 드라마 ‘h메이트’로, 수위 높은 성인용 콘텐츠다. 탑툰의 관계자는 “사실 성인물을 찾는 독자 중에는 예상외로 20대 여성 독자 또한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플랫폼의) 기반을 잡은 건 성인 콘텐츠 덕분이다”라며 “20~40대 남성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인용 웹툰의 제공에서 그치면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는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성인용 외에 다양한 장르의 작품 비중을 늘려간다”고 강조한다. 초창기에는 성인물 덕에 독자 유입에 성공했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에는 코믹, 액션, 스릴러, 학원물 등 다양하고 대중적인 작품들을 늘려가는 중이다.

이들 사이트의 작품 선정 기준은 무엇보다도 결제하고 싶을만큼 다음 화가 궁금하냐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독자들이 다음 화를 보고 싶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작품 선정에 상당히 고심한다”고 말했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아예 영화, 드라마 등 2차 저작물을 염두에 둔 작품도 연재되고 있다.

유료 플랫폼은 작가들의 요람

“유료 웹툰 사이트는 작가와 독자의 연결고리입니다”

유료웹툰은 웹툰 작가들의 일자리를 늘렸다. 특히 인지도가 낮은 신인 작가에게는 기회의 장이다. 유료 플랫폼의 작가 섭외 경로는 다양하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작품을 연재하는 네이버 ‘베스트 도전’ 등에서 픽업되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작가들을 보유한 에이전시를 통해서 오기도 한다. 직접 회사에 투고하는 이들과 계약을 맺는 경우도 가뭄에 콩 나듯 있으며 산학협력을 맺은 학교의 졸업생들이 작가로 데뷔하기도 한다. 보통 이들 사이트의 작가진 중 신인 작가의 비중은 60% 이상으로 추정된다.

작가 섭외가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예비 작가 중 일부는 아무래도 더욱 많은 대중에 노출된 대형 포털만을 고집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기성작가들이 먼저 유료웹툰 사이트에 러브콜을 보내기도 한다. 사실 작품이 대박 난다면, 유료웹툰을 통해서 작가가 연재 기간 내에 벌 수 있는 돈은 상상 이상이다.

대부분 유료 플랫폼은 모든 작가에게 기본급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데, 신인 작가의 기본급도 일반 직장인의 초봉에 맞먹는다. 또한 독자들이 작품을 보기 위해 결제한 금액이 기본급을 넘어서면 초과 금액은 작가와 플랫폼이 일정한 비율로 나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 신인 작가의 월급은 대기업 초봉에 맞먹는 경우도 적지 않고, 인기 작품의 작가 중에는 억대 연봉을 가져가는 이도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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