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과학자, 점토판 설형문자 해독해 발견…"유럽인보다 1,400년 앞서"

목성 궤도 계산법이 담긴 고대 바빌로니아 점토판. 사진=사이언스 홈페이지
[데일리한국 이서진 기자] 메소포타미아 남쪽의 고대 왕국인 바빌로니아에서는 유럽보다 1,400년 앞서 기원전에 이미 천체 기하학의 원리를 이해했고, 이를 이용해 목성의 궤도까지 계산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천체물리학자인 마튜 오센드리버 독일 훔볼트대 교수는 기원전 350∼50년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바빌로니아 점토판 5개를 분석해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점토판들은 고대 도시 바빌론이 있던 지금의 이라크 지역에서 19세기에 발굴된 것으로, 현재 영국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목성을 자신들의 수호신인 '마르두크'의 상징으로 여기며, '흰 별'이라고 표현했다. 오센드리버 교수가 점토판에 적힌 설형문자를 해독한 결과 다른 행성들의 움직임과 비교해 목성의 움직임을 계산한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

오센드리버 교수는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이 속도와 거리, 시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개념은 14세기 영국 옥스퍼드 머튼 칼리지에서 처음 발전시킨 천체 기하학과 매우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이 유럽인들보다 1,400년이나 앞서 천체 기하학의 개념을 이해하고 적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빌로니아는 60진법 등을 활용한 수학개념을 정립했으며, 이를 농지 면적 계산 등에 이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번 발견된 목성 궤도 계산법에도 사다리꼴 모양의 농지를 면적이 정확히 같은 2개의 사다리꼴로 나누는 방식이 활용됐다고 전했다. 오센드리버 교수는 "기하학을 현실 공간에 있는 무언가가 아닌 완전히 추상적인 공간에 존재하는 어떤 것에 적용한 것"이라고 놀라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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