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빌드' 전략 채택 기업 늘어나

글로벌 원빌드 전략의 효과를 본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 워'.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국내 게임사들 사이에서 국경 없애기 바람이 불고 있다. 영화를 전 세계에 동시 개봉하듯 전 세계에 모바일 게임을 동시 출시하는 '글로벌 원빌드(Global OneBuild)' 전략을 취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원빌드란 개발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한 가지 버전(빌드)으로 게임을 만들어 전세계에 동시 배포하는 것을 말한다. 각각의 플랫폼 및 국가별로 게임을 출시해 각 이용자 특성에 맞춘 현지화에 힘을 쏟던 과거와 달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현지화에 따른 시간과 비용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데,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과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국내 기업들의 주요 전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현재 이 같은 전략을 택한 게임사들이 하나 둘 흥행몰이에 성공하고 있어 추후 이를 통해 세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운 업체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모바일 게임 전문 기업 컴투스는 글로벌 원빌드 전략으로 재미를 본 대표적인 업체다. 해당 전략을 취한 컴투스의 모바일 게임 ‘낚시의 신’과 ‘서머너즈워’ 등이 모두 전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글로벌 누적 3,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서머너즈 워'는 올해 3월 기준 85개국의 애플 앱스토어와 76개국 구글플레이에서 게임 매출 10위권 내에 들며 큰 인기를 증명했다. 미국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4위, 중국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8위를 차지했다. 업체는 초기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고려해 게임을 기획하고 언어 지원과 시스템 최적화에 주력했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컴투스는 지난해 전년대비 약 1,209% 증가한 1,12억여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컴투스의 해외매출 비중은 70%를 넘어섰다.

한게임이 전신(前身)인 NHN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원빌드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10개 게임을 글로벌 원빌드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2014년 11월과 12월에 걸쳐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에 글로벌 출시한 '크루세이더 퀘스트'가 대표적인 흥행작으로 꼽힌다. 이 게임은 국내를 제외한 글로벌 매출이 전체의 70%에 달하며 미국 구글 플레이에서 인기 순위 10위에 오르기도 했을 정도로 북미 지역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편이다. 게임빌의 '다크어벤저2'도 중국과 미국 등 해외 매출이 전체의 90%를 넘어 성공적인 글로벌 원빌드 사례로 꼽힌다. 이 게임은 지난해 말 출시후 3개월 만에 글로벌 누적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넷마블게임즈의 '마블 퓨쳐파이트'.

이처럼 최근 모바일 게임의 글로벌 원빌드 성공 사례가 많아지면서 같은 전략으로 세계 시장 공략을 노리는 게임사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넥슨은 올 상반기 안에 글로벌 원빌드로 개발한 신작 게임 2개를 선보일 예정이다. 넥슨이 내놓을 작품은 ‘슈퍼판타지 워’와 ‘마비노기 듀얼’이다. 마비노기 듀얼의 경우 현재 글로벌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넥슨은 이 테스트를 통해 실시간 1대1 대전, 스토리모드 등의 핵심 콘텐츠를 영어, 일본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등 7개 언어로 전 세계 이용자들에 선보인다. 넥슨은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에 차이를 두지 않고 앞으로 개발되는 대부분의 게임을 세계화에 역점을 두고 개발할 계획이다. 넷마블도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해 만든 게임 '마블 퓨쳐파이트'를 30일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원빌드로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과거 세계 시장 진출을 꾀하는 게임사들은 각 국가별 현지화에 집중했으나 지난해 '서머너즈워' 등의 성공으로 글로벌 원빌드 출시의 효과가 증명됐다"면서 "최근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의 변화 속도가 빠르고 국가별 시장간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어 더이상 철저한 현지화를 고집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각 게임사들이 게임을 전 세계에 동시 출시 한 후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마케팅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장 조사기관 앱리프트와 뉴주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은 국내 약 8배인 217억달러(23조5,00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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