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글로벌 대형 IT 기업인 오라클이 한국 시장에서 제품 끼워팔기를 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곧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 신영선 사무처장은 28일 "오라클 미국 본사인 100% 자회사인 한국에서 제품 끼워팔기를 하면서 경쟁을 제한한 혐의가 있어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올해 초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집중 감시하기 위해 구성한 특별전담팀(TF)의 첫 번째 과제로 오라클 사건을 배당했다. 오라클은 주로 공공기관이나 은행·증권사 등 금융사를 상대로 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다. 각종 정보를 저장·검색·가공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database management system)이 주력상품으로, 한국 시장의 점유율이 60%에 이르고 있다. 행정자치부 통합전산센터도 오라클 제품을 사용 중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오라클은 자사 DBMS에 대한 버그나 장애를 관리해 주는 유지보수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해당 소프트웨어의 차기 버전을 끼워팔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소프트웨어의 계약 기간이 끝난 고객도 자동으로 구매해둔 다음 버전을 계속 쓰게 되는 식으로 소비자를 가둬두는 이른바 '락인(lock-in)' 효과를 통해 오라클이 시장지배력을 강화해 온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또 오라클로부터 유지보수 서비스를 살 때 인사·재무·고객관리 등 여러 제품군 가운데 필요없는 부분의 서비스와 차기 버전까지 함께 구매하도록 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작년 기준으로 오라클의 DBMS 매출액 4,886억원 가운데 유지 보수 부분이 2,575억원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공정위는 오라클의 부당경쟁 행위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6∼7월 안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오라클은 2006년에도 DBMS와 웹애플리케이션 서버(WAS)를 함께 구매하는 고객에게 WAS를 헐값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끼워팔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공정위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됐다. 한편 공정위는 미국의 통신칩 제조업체인 퀄컴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올해 말이 돼야 최종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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