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한글판. 사진=구글 앱스토어 캡처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역시 카카오톡의 장벽은 높았다. 지난 9월 불거진 카카오톡 검열 논란 덕에 '사이버 망명지'로 주목받았던 텔레그램의 인기가 눈에 띄게 시들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사이버 검열 논란의 중심에 있던 카카오톡 이용자수는 그간 별다른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독일에 서버를 둔 메신저 '텔레그램' 이용자 수는 사이버 검열 논란이 발생하기 전인 9월 15일 4만명에 불과했으나 검찰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사범' 에 대한 수사 방침을 발표한 직후 42만명(9월 22일 기준)까지 치솟았다. 이후 10월 13일까지 이용자수는 172만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당시 텔레그램은 필요할 시 서버에 대화 내용을 저장하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비밀 대화' 등 보안 기능이 뛰어나 정부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목 받았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는 점도 신뢰도를 높이는 기반이 됐다. 특히 일반 국민은 물론 고위공무원까지 보안을 문제삼아 사이버 망명에 가세하면서 텔레그램 가입이 유행처럼 확산됐다.

그러나 10월 넷째 주에 들어서면서 이용자 수는 155만명으로 소폭 하락했고, 이후에도 다섯째 주 117만명, 11월 첫째 주 113만명 등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거센 비난 속에서도 카카오톡 월 평균 이용자는 9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약 2,600만명 수준을 꾸준히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카카오톡과 텔레그램을 동시에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은 하루 평균 37.4분 이용하는데 반해 텔레그램 이용 시간은 0.9분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카카오톡 없이 텔레그램만 사용하는 이도 3만 9,000여 명(10월 기준)에 불과했다. 또 텔레그램을 다운로드한 사람들 중 실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집계 결과에 따르면, 텔레그램의 도달률은 3.9% 수준이다. 앱을 다운로드 받은 100명 가운데 3명 정도만 실제 텔레그램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감청 논란 속에서 실제로 카카오톡을 탈퇴하거나 이용하지 않는 등 실질적인 규모 감소는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불안감과 부정적인 인식이 실제 이용 거부로 연결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다수의 지인과 친구 등으로 연결되어 있는 대규모 소셜 네트워크망 카카오톡을 이용자들이 쉽게 떠나기는 어렵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실제 한 카카오톡 이용자는 "지난 사이버 검열 논란에 텔레그램을 설치하기는 했지만, 카카오톡을 통해 연락하던 지인들이 워낙 많다보니 결국 다시 (카카오톡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텔레그램이 한국 시장에 맞춘 현지화나 마케팅 측면에 소극적이었고, 서비스 품질이나 개성이 카카오톡을 누를만큼은 압도적이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메신저 시장 전망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카카오톡의 '국민 메신저' 자리가 깨지기는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이 뱅크월렛카카오 등 메신저와 연계되는 서비스를 내놨고, 다음 마이피플과의 통합 작업도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큰 이변이 없는 한 지금의 높은 이용자 수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실제 이용자수도 다른 업체들과 워낙 많이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네이버 라인이 국내 마케팅 등을 강화한다면 시장에 변화가 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불어 “텔레그램이 카카오톡의 기세를 꺾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이번 사이버 망명 사태가 사생활이 보장되는 '메신저의 보안성'이 이용 측면에서의 중요 속성임을 환기시켜주는 계기가 됐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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