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형 조립 스마트폰 프로젝트 '아라' 내년 출시
플랫폼ㆍ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에 일대 혁신 일듯
성공하면 전통적인 하드웨어 업체에 타격 불가피

스마트폰에 익숙해지면 한 번쯤 화면 크기, CPU, 저장 공간을 취향에 따라 고르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 마련이다. 영화 감상이 취미인 이용자는 화면 크기를 키우고, 음악 마니아는 저장 공간을 빵빵하게 늘리는 식이다.

지난해 10월 구글이 발표한 아라(Ara) 프로젝트는 이 같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심리를 공략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모듈형 스마트폰의 개발이다. 컴퓨터를 조립하듯이 스크린과 프로세서, 배터리, 카메라, 키보드 등의 모듈을 직접 골라 표준형 프레임에 조립하는 신개념 휴대폰을 만들겠다는 게 아라 프로젝트의 골자다. 기본 프레임의 가격은 50달러. 이 프레임에 사용자들의 입맛에 맞는 모듈을 레고 블록처럼 장착해 완성품을 만들 수 있다. 시판 시기는 내년 초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아라 프로젝트를 ‘스마트폰 혁명’이라고 부르며 열광하고 있다. 조립 스마트폰이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아라 프로젝트는 플랫폼은 물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생태계 측면에서도 스마트폰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휴대폰 제조사들을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고 갈 만한 파괴력을 가졌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유가 뭘까?

플랫폼 측면에서는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아라 프로젝트의 폭발성을 찾을 수 있다. 안드로이드는 애플의 ios와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다. 구글은 애플이 사실상 독점하던 스마트폰 시장을 안드로이드로 재편한 저력이 있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팔면서도 아라 프로젝트는 남겨뒀다. 그 만큼 아라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안드로이드를 주도하는 구글이 프로젝트에 직접 관여하는 만큼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기반을 둔 스마트폰 시장의 새 장을 열 가능성이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를 무료로 공개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구글 접속자들이 늘면 광고 수입이 비례해서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구글 특유의 개방성이 최저가 스마트폰인 조립 스마트폰과 결합하면 안드로이드 진영의 질서를 재편하는 건 물론 애플의 ios 생태계마저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측면에서 아라 프로젝트는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자기 서비스 생태계를 노리는 걸 용납하지 않겠다는 구글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아라 프로젝트는 하드웨어 생태계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 시장은 대기업 주도로 흘러왔다. 그러나 스마트폰 제작 기술이 상향평준화하면서 적당한 자본만 있으면 누구나 스마트폰을 제조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샤오미가 창립 몇 년 만에 거대 중국시장을 거머쥔 까닭도 누구나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한 때문이다. 대기업이 주도하던 개인 컴퓨터(PC) 시장에 늑대와여우 등 중소 제조업체가 뛰어든 상황과 유사하다.

아라 프로젝트는 조립형 PC 개념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노트북을 포함한 한국의 전체 PC 시장에서 조립형 PC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 안팎으로 알려졌다. 아라 프로젝트로 탄생한 스마트폰이 이 같은 점유율만 얻더라도 기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아라 스마트폰은 조립이 쉬워 물리적 장벽이 없는 데다 고장 나면 모듈만 바꾸면 될 정도로 수리나 하드웨어 업그레이드가 간편해 조립 PC보다 폭발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기술 표준화 작업을 주도하는 구글은 모듈 제작자들에게 무료로 개발 환경(설계도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그러면 하드웨어 개발 속도를 가속화함으로써 독자적 품질 관리라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시장을 제어하는 대기업의 영업 방식에 철퇴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하드웨어 개발 속도를 조율해 주기적으로 스마트폰을 교체하도록 유도하는 대기업의 경영 방식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지는 셈이다. 아라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스마트폰 하드웨어 생태계마저 구글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밖에 아라 프로젝트는 소프트웨어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이나 헬스케어 등 특정 기능에 특화한 아라 모듈이 앞 다퉈 출시되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모듈과 이를 사용한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아라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구글은 궁극적으로 100달러 미만으로 스마트폰을 조립하는 시대가 곧 닥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모듈을 판매하면 확장성 또한 충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전통적 모바일 하드웨어 업체에 아라 프로젝트가 미치는 영향이다. 소니, 노키아, 모토로라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시대의 조류를 읽지 못하면 제 아무리 잘 나가는 기업도 순식간에 도태할 수 있다. 한국의 모바일 하드웨어 기업은 아이폰이 촉발한 스마트폰 혁명에 제때 대처하지 못해 한때 생존이 휘청거리는 지경에 이른 바 있다.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면 곧바로 순이익이 급감하는 게 현실인 삼성전자의 경우 생태계 전쟁에 대응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면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위기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이처럼 아라 프로젝트는 스마트폰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꿀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모토로라가 출시한 커스터마이징 스마트폰이 실패한 걸 예로 들며 아라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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