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노트4(왼쪽)와 갤럭시S5.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의 출고가는 95만7,000원. 역대 갤럭시노트 시리즈 중 초기 출고가가 가장 낮다. 갤럭시노트3 출고가보다 11만원이나 싸다. 기본 구성품인 배터리 1개와 거치대를 포함하지 않았다곤 하지만 삼성전자로선 나름 파격가인 셈이다. 애플의 아이폰6 시리즈를 얼마나 의식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자는 지금 절박하다. 한때 10조원이었던 분기 영업이익이 3분기엔 4조원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갤럭시5 판매량이 신통찮은 상황에서 갤럭시노트4 판매까지 부진하면 '삼성전자 위기론'이 급속하게 확산할 수 있다.

정보통신(IT) 역사상 최대 걸작으로 불리는 아이폰이 출시되자 노키아와 모토로라 등 '피처폰 공룡'은 부도 공포에 떨어야 했다. 실제로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모토로라는 구글을 새 주인으로 맞아야 했다. 삼성전자는 '옴니아 악몽'이라는 시행착오를 겪은 뒤 2010년 갤럭시S를 출시해 벼랑 끝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 반(反)애플 군단인 안드로이드 진영의 수장이 삼성전자라는 데 이의를 달 수 있는 이는 없다. 그만큼 갤럭시 시리즈는 엄청나게 팔렸다. 단일 기종으론 4 시리즈까지 '원 폰' 전략을 고수한 아이폰의 판매량을 뛰어넘을 순 없지만 저가폰에서 프리미엄폰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변형 모델을 출시함으로써 다양한 시장 수요를 충족했다. 그렇다면 갤럭시의 프리미엄폰은 대체 얼마나 많이 팔린 걸까. '왕(갤럭시노트4)'의 귀환을 기념해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판매량을 조사해봤다.

2010년 5월 출시된 갤럭시S는 출시 7개월 만에 판매량 1,000만대를 넘어섰다. 누적 판매량은 2,500만대다. 2011년 4월 출시된 갤럭시S2의 누적 판매량은 4,000만대다. 출시 5개월 만에 1,000만대 넘게 팔아치우더니 전작을 훌쩍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2012년 5월 나온 갤럭시S3는 출시 50여일 만에 1,000만대, 100일 만에 2,0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7개월 뒤인 12월에는 4,000만대 고지를 차지했다. 누적 판매량은 6,500만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S4는 1,000만대 판매 돌파 시점을 27일로 앞당겼다. 올 2월 블룸버그는 여러 시장조사기관 수치를 종합한 결과 갤럭시S4가 6,350만대 판매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판매 수치를 합하면 총 판매 대수는 7,000만대 안팎으로 보인다. 갤럭시S4 때부터 갤럭시S 시리즈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셈이다.

갤럭시S5는 출시 25일 만에 1,0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S시리즈 중 최단 기간 1,00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운 것. 하지만 이후 판매량은 신통찮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지난 5월 주요 35개국 이동통신 시장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9월 나온 아이폰5S가 선두였으며 올 4월 출시된 갤럭시S5가 뒤를 이었다.

갤럭시노트는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모델이다. 크기도 최고, 성능도 최고인 만큼 삼성전자의 자존심이 담겼다고 할 수 있다. 전자펜(S펜)과 패블릿(스마트폰+태블릿)이라는 신개념을 도입한 갤럭시 노트는 원래 갤럭시S 시리즈의 변종 모델로 출시됐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판매고를 기록하며 삼성전자의 기함으로 자리 잡았다. S펜으로 바로 필기할 수 있는 방식이 인기를 끌며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한자 문화권에서 특히 잘 팔렸다. 특히 한국에선 '가장 성능이 뛰어난 스마트폰'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갤럭시노트2는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판매량은 갈수록 늘고 있다. 2011년 10월 나온 갤럭시노트는 9개월 만에 판매 대수 1,000만대를 돌파했지만 갤럭시노트는2(2012년 9월 출시)는 4개월로 앞당겼다. 갤럭시노트와 갤럭시노트2의 누적 판매량은 4,000만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각각 2,000만대 가까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노트3(2013년 9월 출시)의 인기는 전작들을 뛰어넘었다. 두 달 만에 1,0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누적 판매량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소 전작은 뛰어넘은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성장세가 갈수록 둔화하고 있다곤 하지만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판매량은 여전히 세계 1위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은 2009년 640만대, 2010년 2,390만대, 2011년 9,740만대, 2012년대 2억1,300만대, 2013년 3억2,930만대, 2014년 3억9,830만대로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평균 판매단가 하락,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 부진 등으로 인해 순익은 급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초긴장 상태다. 갤럭시노트4가 얼마나 팔리느냐에 따라 올 하반기 실적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갤럭시노트4의 판매는 전작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사장은 "갤럭시노트4 예약판매 상황이 (갤럭시노트3보다) 훨씬 좋다. 갤럭시노트3보다 분명히 많이 팔 것"이라고 최근 밝힌 바 있지만 아이폰6플러스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만큼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개별 스마트폰의 판매량을 밝힌 적이 없다. 임윤정 삼성전자 과장은 "IR(기업 설명회)을 할 때 외에는 회사 전체 실적으로 이야기하지 개별 모델 판매량을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2007년 첫 제품이 나온 아이폰 시리즈는 지난 3월 누적 판매 5억대를 넘어섰다. 2011년 2월 1억대 누적 판매를 기록한 아이폰은 2012년 말엔 3억대 판매를 돌파했고 2013년 6월엔 4억대 판매를 넘어섰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말엔 판매 대수 6억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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