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직장인 C(26)씨는 소위 '애플빠'다. 아이폰만 벌써 세 대째 사용하고 있다. 디자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아름다운 외관, 다른 스마트폰을 압도하는 환상적인 터치감…. C씨는 자신의 아이폰5를 애지중지했다. 그런데 최근 길을 걷다 아이폰5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대형 실수를 저질렀다.

액정이 산산조각 나고 터치가 먹히지 않자 C씨는 애플 공식 AS센터를 찾았다. 아이폰3와 아이폰4이 고장나 리퍼폰(결함 있는 아이폰의 부품을 재조립한 제품)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쉽게 리퍼폰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리 기사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했다. "오늘 본사에 제품을 보내면 4일 후쯤 리퍼폰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업무상 휴대전화가 꼭 필요한 C씨는 난감했다. 수리 기사에게 "예전엔 리퍼폰을 바로 주지 않았냐"고 따지기도 하고 "휴대폰이 없으면 일을 못한다"고 통사정도 했다. 수리 기사는 애플의 리퍼 제도가 바뀌어 어쩔 수 없다는 얘기만 반복했다. "우리도 사용자들의 불편함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달리 방도가 없어요. 죄송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일까. C씨가 통신사 고객센터에서 받은 임대폰은 폴더 피처폰이었다. '요즘 같은 시절에 피처폰이라니….' C씨는 구석기 시대 유물인 듯 자기 전화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했다. 속이 쓰려왔다.

애플 리퍼폰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애플이 지난해 돌연 리퍼 정책을 바꾼 뒤 불만은 더욱 늘고 있다. 애플은 고장난 아이폰을 애플 본사로 보내 테스트를 거친 후 리퍼 여부를 판단해 리퍼폰을 지급한다. 리퍼 비용은 아이폰5가 33만6,000원, 아이폰4가 25만원이다. 이 독특한 리퍼 제도 때문에 아이폰 사용자들이 겪는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리퍼 비용이 수십만 원인 것도 모자라 길게는 5일간이나 스마트폰 없이 지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애플을 원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애플 공식 AS센터를 방문했더니 몇몇 고객이 수리기사에게 '왜 이렇게 리퍼폰을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느냐'고 항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AS센터에서 만난 한 남성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라면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방법으로 AS를 하겠느냐"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애플은 왜 갑자기 AS제도를 바꾼 걸까. 애플 본사도 사용자들의 불편을 알고 있는 걸까. 익명을 요구한 애플 공식 AS센터 관계자는 "예전엔 우리가 직접 고장을 확인하고 리퍼폰을 바로 지급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하지 못하다 보니 소비자들 원성이 자자하다. 우리도 전보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애플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이 같은 리퍼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이 애플 본사에 찍혔어요. 한국만 이런 정책을 운영하고 있는 거죠. 한국인들이 아이폰과 똑같이 만든 모조품을 들고 와서 리퍼를 받아가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애플의 리퍼 제도를 이용해서 장난을 치는 거죠. 본사에서 이런 사실을 파악한 뒤 정책을 바꾼 거예요."

그는 "이젠 사설 AS센터에서 수리한 제품도 리퍼 대상이 아니다"라며 "본사에 제품을 보내면 사설 수리점에서 수리한 흔적이 없는지, 모조품이 아닌지 등을 검사해 리퍼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장 난 제품을 보내면 아이폰 사용자들은 임대폰을 받아서 써야 한다"며 "특히 SK텔레콤은 KT와 달리 임대폰을 피처폰으로만 지급해 사용자 불편이 상당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 코리아 홍보팀은 AS 정책에 대한 기자의 문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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