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이 4만년 전 멸종하기 이전에 유럽에서 지금의 인류와 최장 5,000년 동안 공존했다는 연구 결과가 21일 알려져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토머스 하이엄 교수가 이끄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이날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은 논문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이는 두 인류의 문화교류나 이종교배를 위한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두 집단이 근거리에서 함께 살았다는 증거는 없지만 지역에 따라 짧게는 25세대에서 길게는 250세대에 이르는 시간을 공존했다고 설명했다.

네안데르탈인은 1856년 독일 네안데르탈의 석회암 동굴에서 머리뼈가 발견된 화석 인류. 제4빙하기에 살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현생 인류와 유인원의 중간 형질로 유럽 각지와 소아시아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연구팀은 6년간 러시아에서 스페인에 이르는 유적지 40곳에서 수거한 뼈와 숯, 조개껍데기 등 샘플 200점의 방사성 연대 측정을 통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이들은 논문에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는 2,600∼5,400년간 공존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며 “이는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거나 피를 섞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현생인류의 사촌 격인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에서 마지막으로 사라진 시점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한꺼번에 현생인류로 대체된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시차를 두고 사라진 사실을 확인했다.

네안데르탈인이 언제, 왜, 어떻게 멸종했는지는 고고학계의 오래된 숙제였고 일부 학자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 오래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가설도 내놨다. 해부학상 현대인은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3만∼5만년 전 유럽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네안데르탈인을 만났다. 두 집단의 짧은 교류는 오늘날 비(非)아프리카계 현대인이 1.5∼2.1%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지니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4만5,000년 전에는 네안데르탈인이 여전히 유럽의 주인이고 현생인류는 소수였는데, 이후 5,000년 동안 네안데르탈인은 서서히 사라지다 멸종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에서 현생인류로 갑자기 바뀐 것이 아니라 수천년간의 생물학적, 문화적 교류로 대변되는 진보적 변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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