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유통군 총괄대표에 'P&G맨' 김상현 영입

신세계, 외부 임원 기용해 백화점·온라인 강화

현대百, 한섬 사장에 삼성물산 출신의 박철규

(왼쪽부터)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그룹 총괄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각사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코로나19로 격변기를 맞은 유통가에 대대적인 인사 혁신 바람이 불었다. 올해 유통가의 인사 키워드는 ‘신상필벌과 외부수혈’로 요약된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강한 순혈주의를 바탕으로 그룹 계열사 대표 대다수가 롯데공채 출신이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는 신세계그룹 출신을 대표로 내정하는 등 유통가 전반적으로 기존 원칙을 깨며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지난 25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가의 임원인사가 마무리됐다.

이들 기업들은 통상 12월이 돼서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유통 상황이 급변하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사시기를 한 달 가량 앞당겼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많은 인적 쇄신을 단행한 기업은 롯데다. 무엇보다 롯데는 순혈주의를 깼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받는다.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정통 롯데맨’을 임원으로 앉혔던 기존 관행을 과감히 버렸다.

그룹 주력인 유통 사업군 총괄 대표를 외부에서 등용했다. 새 유통 사업군 총괄 대표로 온 김상현 부회장은 한국 P&G 대표와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홈플러스 부회장을 지낸 글로벌 유통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롯데 유통의 핵심인 롯데백화점 사업부 신임 대표에는 경쟁 기업인 신세계 출신을 선임했다.

정준호 신임 롯데백화점 대표는 1987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30년간 신세계그룹에 몸담아 왔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밀라노 지사장 등을 거치면서 해외 패션 유통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롯데에는 2018년 롯데GFR 수장으로 영입되면서 첫 인연을 맺었다.

부진한 실적의 유통 부문 수장이 교체된 것과 달리 뛰어난 실적을 내고 있는 이동우 롯데지주 사장과 김교현 화학BU장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사실상 ‘신상필벌’의 원칙을 강하게 적용했다.

이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그동안 수차례 강조해온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초핵심 인재 확보’가 그대로 드러난 인사라는 평가다.

롯데는 기존 BU 체제도 폐지하고 계열사를 사업군별로 묶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중 식품, 쇼핑, 호텔, 화학 사업군은 1인 총괄 대표가 있는 HQ 조직으로 변경했다.

이는 기존 조직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의 단계가 많아 사업 실행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호실적은 거둔 신세계는 기존 분야를 더욱 강화하는 내용의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올해 인사에서는 백화점에 힘을 실어줬다. 신세계백화점을 맡았던 차정호 대표를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대표)으로 이동시키고, 백화점 부문 임원급을 기존 1명에서 6명으로 늘렸다.

백화점 부문 임원으로는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재무기획담당 전무에는 홍승오 전 ADT캡스 부사장을, 백화점부문 온라인사업담당 상무로는 이은영 전 삼성전자 상무를 영입했다.

홍 전무는 CJ그룹 회장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기획팀 상무 등을 거치며 인수합병(M&A)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상무는 삼성전자에서 한국 총괄 D2C(온라인직접 판매)사업 상무와 글로벌 마케팅 센터 온라인전략·CX 상무 등을 역임한 온라인사업 전문가다.

이마트도 대표이사 교체 대신 외부 임원을 영입하는 행보를 보였다. △신세계푸드 브랜드마케팅담당 △SSG닷컴 그로스전략담당 △SSG닷컴 SCM사업담당 △이마트24 마케팅담당 △온라인·신사업전략 TF 등 외부에서만 임원 약 14명을 영입했다.

현대백화점도 이번 인사에서 외부전문가를 등용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패션 계열사 한섬 사장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출신의 박철규 사장을 영입했다.

박 사장은 1989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제일모직 해외상품사업부장(상무)과 제일모직 패션부문 패션사업2부문장(전무)을 거쳐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문장(부사장)직을 맡은 패션 전문가다.

변화보다는 안정에 중점을 둔 것도 현대백화점 인사의 특징이다. 그룹 전체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회복되면서 현대백화점, 현대리바트 등 계열사 사장단 전원은 제자리를 지켰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유통사들이 치고 나오면서 기존 유통사들의 위기감이 커진 것이 이번 인사에 반영된 것”이라면서 “대형 유통사 내부에서도 외부 인재들이 늘어나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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