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제일약품 등 15개사, 44품목 고혈압약 판매중지

사진=유토이미지
[데일리한국 지용준 기자] 고혈압약의 무더기 판매 중지 사태가 또 발생했다. 3년 전 일명 ‘발사르탄’ 사태 이후 두 번째다. 과거 발사르탄 사태와 이번 텔미사르탄 성분 고혈압약 판매 중지 사태와는 원인은 다르지만 '공동·위탁 생동성 시험'의 폐해라는 점에서 근본은 같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7일 제일약품이 제조한 고혈압 치료제 '텔미듀오정' 등 3개 품목의 제조·판매 중지조치를 내렸다.

또 제일약품이 3개 품목과 동일하게 위탁 생산하는 품목 중 동일한 허가 신청자료를 제출해 허가받은 14개사의 41개 품목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조치가 내려졌다.

이번 무더기 고혈압약 판매중지 사태의 원인은 제출자료 허위작성에 있다. 식약처의 의약품 품질관리 실태 파악에서 제일약품이 제출했던 텔미듀오정 자료 중 잔류용매 시험이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제일약품에 위탁을 맡긴 14개 업체도 무더기 판매 중지 처분을 당한 것이다.

식약처는 해당 품목들에 대해서도 허가 취소 처분을 검토 중이다. 약사법에 따르면 제약사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경우 식약처가 품목허가 취소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2018년 7월 붉어진 고혈압약 발사르탄 사태다. 당시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약에 발암 우려 물질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검출됐다. 식약처에 판매중지와 회수 조치 대상에는 54개 업체, 175개 품목에 이른다.

당시 원료의약품 제조상 문제로 이 같은 문제가 불어졌으나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많은 의약품이 판매정지 및 회수처분을 받아 논란거리가 됐다.

실제로 선진 시장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경우 3개 업체 10개 품목, 영국 2개 업체 5개 품목만 제재 대상이었다.

해외시장과 비교해 우리나라에서 유독 많은 의약품이 제재 대상이 된 원인은 공동·위탁 생동성 시험이라는 기형적인 시장구조가 원인이 됐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 얘기다.

제약사는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을 출시하기 위해 생동성 시험을 한다. 생동성 시험은 제네릭과 오리지널 의약품이 동등한 효능·효과를 보이는 것을 입증하는 시험이다.

이때 제약사들은 공동 또는 위탁해 생동성 시험을 하는데 이 경우 자체적으로 의약품을 제조하지 않더라도 판매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사실상 품목허가만 받아놓은 제약사들도 허다하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이번 식약처의 판매취소 처분을 당한 44개 의약품 중 24개 품목은 처방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이번 텔미사르탄 성분 고혈압약 무더기 판매취소 사건도 근본적으로 허위자료를 제출한 제일약품에 잘못이 있더라도 근본은 공동·위탁 생동성 시험 폐해라는 지적이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실망을 드리게 돼 깊은 반성과 함께 사과드린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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