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거북선의 내부에 주목한다.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외부의 공격적인 설계를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자군이 휴식할 수 있는 내부의 수비적인 공간을 ‘제2의 무기’로 삼은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되새긴다.

14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정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재현하는 데 주력했다. 1년 전 그가 밝힌 취임사에도 내부 구성원을 회사의 고객으로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임직원의 역량이 존중 받고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건강과 안전이 확보되는 창의적인 근무환경을 마련하고, 소통과 자율성이 중시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겠다”던 그의 취임 포부는 코로나 시국에 “회사의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재임 약속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는 “우리 임직원들을 믿는다”면서 “같이 하면 정말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사기 진작에 신경을 썼다. 매니저급 직원에게 직접 이메일을 쓰는 열린 소통도 조직에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한 몫 한다. 최근엔 판교 등 거점 오피스 8곳을 마련하는 등 ‘위드 코로나’를 대비해 임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데 소홀히 하지 않는다.

소통 리더십에 과제가 없진 않다. 해묵은 노사·노노 갈등은 정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2040년 내연기관차의 국내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전기차 전환의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에 따라 노사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필요한 인력이 적기 때문에 현대차로선 고용 감소가 불가피하다. 정 회장은 정년 연장 등 구체적인 고용안정화 방안을 내놔야 한다.

또 지난 4월에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사무·연구직 노조가 출범하면서 노노·노사 관계에 변수가 생겼다. 특히 기존에는 노사협상이 생산직 노조 위주로 진행됐기 때문에, 노사 못지않게 노노 갈등에 대해서도 정 회장이 중재해야 할 수 있다.

내부 과제 못지않게 외부 충격도 만만찮다.

정 회장은 올해 초부터 덮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어떻게 이겨낼지 시험대에 서 있다. 아울러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어떻게 풀어낼지도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는 “1주년 이후에는 ‘진짜 경영인’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2005년 사장으로 적자에 허덕이던 기아차를 살린 일, 2009년 부회장으로 금융 위기에 몰렸던 현대차 경영 당시의 경험을 새로운 리더십의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