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자산은 288배 증가, 매출은 60배 늘어...재계 순위는 7위로

김승연 한화 회장. 사진=한화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이립(而立)에도 미치지 못했던 총수는 어느덧 고희(古稀)를 맞이했다. 강산이 네 번이나 변한 세월의 흐름 속에 그룹의 자산은 288배 증가했고, 매출은 60배 늘었다. 재계 순위는 9위에서 7위로 올랐다. 이렇듯 눈부신 성과를 거둔 총수는 김승연. 그가 한화그룹 회장 취임 40주년을 맞았다.

1981년 취임 이래 김승연 회장 이름 뒤에는 ‘인수합병(M&A)의 마법사’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 붙는다. 지난 40년간 굵직굵직한 M&A를 과감하게 추진해 얻은 영광스러운 별명이다.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붙인 승부수는 경제계를 정교하게 분석한 상황 판단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취임 이듬해인 1982년 경영진들의 부정적인 여론을 무릅쓰고 적자에 허덕이던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을 인수해 1년 만에 흑자 전환시키며 그룹의 간판인 한화솔루션으로 키운 것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외환위기 직후인 2002년에도 적자에 빠졌던 대한생명을 인수해 자산 127조 원의 우량 보험사인 한화생명을 만들었던 김 회장은 2012년에는 파산한 독일의 큐셀을 인수해 글로벌 1등 태양광 기업 한화큐셀로 성장시켰다.

또한 2015년엔 삼성의 방산 및 석유화학 부문 4개사를 인수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디펜스-한화시스템-한화토탈-한화종합화학'으로 이어지는 국내 1위의 방위산업 체제를 구성했다. 이들 계열사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한화가 수많은 M&A 속에서도 별다른 불협화음 없이 도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용과 의리’라는 김 회장의 경영 철학이 그룹 내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중시하는 태도는 40년 간 변하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당시 매각대금을 줄여 직원들의 고용을 최우선 보장했고, 플라자호텔을 리모델링할 때는 전 직원 유급휴가로 사기를 높였다. 최근에는 코로나에 확진된 임직원들에게 쾌유를 비는 난과 메시지를 남몰래 보내기도 했다.

굵직한 M&A와 사람 중심 경영으로 성장한 한화는 김 회장의 취임 당시와 비교해 총 자산은 7548억 원에서 217조 원으로, 매출액은 1조1000억 원에서 65조4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약진도 괄목할 만하다. 취임 당시 7개에 불과했던 해외 거점이 469개로 증가했다.

해외 매출은 지난해 기준 16조7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 본능을 배우라”며 임직원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한 김 회장의 결과물이다.

지난 2월, 7년 만의 경영 복귀를 공식화한 김 회장은 여전히 현역이다. 우주 산업 총괄 조직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시켜 발사체와 위성통신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하늘을 나는 택시 ‘버터플라이’ 등 미래 모빌리티 개발도 진행 중이다. 미국의 고압 수소 압축 업체 시마론을 인수하며 수소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친환경 에너지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김 회장은 취임 40주년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취임 당시에도 취임식 대신 신입사원들과 대담을 하는 것으로 그룹의 미래를 그렸던 그다. 당시 “함께 보람 있는 삶,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자”라고 당부했던 김 회장은 2일 오전 사내 방송을 통해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100년 기업 한화를 향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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