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임시대의원대회. 사진=현대차 노조 제공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코로나19 여파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완성차업계가 노조리스크까지 겹치며 위기를 맞았다.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 노조 등이 파업 수순을 밟기 시작하며, 하투(夏鬪) 국면에 돌입했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업체는 반도체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출고에 차질이 발생, 내수시장 판매가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23.6% 감소했다. 수출 및 해외판매가 호실적을 보이면서 전체 판매는 증가했으나, 노조 파업이 이어질 경우 실적을 지탱한 수출마저 큰 타격이 예상된다.

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이날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노조는 지난 5일 제142차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이렇게 결정했다.

현대차는 최근 노조와 임단협 교섭에서 기본급 5만원 인상과 경영성과급 100%+300만 원, 격려금 200만원 등 1000만 원대 지급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과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 64세 연장 등을 요구하며 회사 제안을 거절하고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이어 현대차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노동쟁의 안건이 전체 조합원 투표를 통과하고 중노위가 노사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 노조 측은 “임시대의원대회에서 2021년 단체교섭 결렬에 따른 대의원 전원 만장일치 쟁의발생을 결의했다”면서 “노사는 올해 단체교섭에서 13차례의 교섭을 벌였지만, 사측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교섭 결렬이 됐고, 이제 노동3권이 보장하는 합법적인 쟁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대차 노조는 ‘무조건 파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사측이 전향적인 안을 들고 교섭을 재개하자고 공문이 온다면 조정기간이 끝나고 교섭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 노조 임시대의원대회. 사진=현대차 노조 제공
한국지엠 노조는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쟁의 행위 찬반투표를 실시, 70%가 넘는 찬성률을 기록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전체 조합원 76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5841명이 찬성해 찬성률 76.5%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반대는 733명(11%), 기권은 1022명(15%)이었다. 이번 쟁의행위 찬반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중 6613명이 참여해 86.6%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투표권이 있는 조합원 수 대비 찬성률이 50%를 넘기면서 쟁의권 확보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도 신청할 예정이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5월27일부터 9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노사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인천 부평 1·2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의 미래발전 계획 확약과 월 기본급 9만9000원 정액 인상, 성과급·격려금 등 1000만원 이상 수준의 일시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와 르노삼성자동차 노조 역시 사측과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기아는 임단협을 늦게 시작해 아직 교섭이 진행 중이지만, 맏형격인 현대차 노조의 파업 여부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 노조는 근로시간을 주 35시간으로 단축하고, 만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 노조는 지난해까지 9년 연속 파업을 이어왔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임단협도 아직 타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노사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임단협은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노조는 사측이 올해 경영정상화를 위해 진행한 서바이벌 플랜에 불만을 제기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노조는 지난 4월부터 부분파업과 하루 전면파업을 진행했으며, 사측은 직장폐쇄로 맞대응해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사측은 지난달 XM3의 유럽 수출을 늘리면서 직장폐쇄를 철회하고 2교대로 전환한다고 했지만, 노조는 ‘부당한 직장폐쇄 철회는 당연하다’면서 2교대 전환은 계약직 투입으로 파업을 무력화하려는 꼼수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반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쌍용차 노조는 생존을 위한 자구안에 합의하고 쟁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쌍용차는 지난달 8일 생존 의지가 담긴 강력한 자구방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투표 참여조합원(3224명)의 52.1%(1681명) 찬성으로 최종 가결됐다고 밝혔다.

자구안의 주요 내용은 △무급 휴업 2년 △현재 시행중인 임금 삭감 및 복리후생 중단 2년 연장 △임원 임금 20% 추가 삭감 △단체협약 변경 주기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변경 △효율적인 인력 운영 및 생산 대응 △무쟁의 확약 △유휴자산 추가 매각(4개소) 등이다.

정일권 쌍용차 노동조합 위원장은 “자구안은 2009년 당사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고심해 마련한 안”이라며 “노동조합은 고용을 안정시키고 회사가 미래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에 있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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