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차량 생산·판매 목표 상향…반도체 보릿고개 극복

전문가 "최대 올 연말까지 반도체 부족 여파 지속…국산화 시급"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최근 현대자동차가 6월 생산량 및 판매 목표를 상향 조정하면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일단락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반도체 공급 부족은 올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2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생산이 저조했던 아이오닉5의 6월 생산량을 4000대 이상으로 설정했다. 이는 5월 아이오닉5 생산량(1919대)대비 2배 이상 상향 조정한 것이다. 현대차는 전체 국내 판매 목표도 6만7500여대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현대차가 국내서 6만2000여대를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5500여대 상향한 수준이다.

이에 업계에선 현대차가 최악의 반도체 보릿고개를 견뎌내고 본격적으로 생산과 판매에 돌입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각국 정부들이 차량용 반도체 회사에 증산을 요청, 반도체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업계 전문가들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최소 올 3분기까지 어이질 것으로 예상,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난은 가을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반도체 공급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겠지만 여전히 부족해 공장가동 중단이나 인기가 없는 차종 중심으로 생산이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업계에서 집중하고 있는 전기차의 경우에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보다 차량용 반도체 부품이 2~3배 더 탑재되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은 아무리 빨라도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면서 “기업간의 긴밀한 협조 등이 안되거나, 정치·정책적인 부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올 연말까지도 반도체 문제가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차량용 반도체를 전략물자로 보고 국산화에 서둘러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재발할 가능성까지 봐야 한다는 것.

현재 차량용 반도체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생산공정의 기술 난이도가 높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3% 정도만 자급자족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생산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삼성이나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와 다른 종류의 반도체다.

그동안 국내에서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은 이유는 수익률이 떨어져서다. 차량용 반도체는 탑승자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만큼 내구성·환경성 등을 담보돼야 한다. 이에 생산공정 역시 더 복잡하고 오래걸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반도체 부족 현상이 발생하자 차량용 반도체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실제 정부가 나서서 차량용 반도체를 전략물자로 보고 연구개발 비용,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국내 반도체 수탁생산 업계와 함께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필수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면서 “이 반도체가 수익률이 떨어지지만 자동차 산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국산화를 최소한 10%까지는 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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